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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Dec 18. 2018

아브라함은 왜 떠나야 했을까?

나는 아브라함이 고향, 친척, 아비 집을 떠남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과연 떠남이 가능할까? 생각한다. 아브라함의 떠남은 또 다른 안주를 찾으려고 떠남은 아닐까? 


성경은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롬4:12-18)으로 소개한다. 믿음의 조상이란 아브라함의 정신과 자세를 이어받는 사람의 조상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도 아브라함처럼 떠나야 한다. 


아브라함의 떠남은 물리적 공간의 떠남이었다. 지금까지 정 붙이고 살던 고향과 함께 교제를 나누었던 사람들로부터 떠남이다. 절대 쉽지 않은 떠남이다. 아브라함은 75세에 떠났다. 그 말은 그가 75년 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떠나기로 하였다면, 적절한 시기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75세 나이는 결코 적절한 때라 말할 수 없다. 오히려 75세란 나이는 안정을 생각해야 할 때다. 


일반적으로 고향을 등진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고향을 그리워한다. 나의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고향인 평양을 떠나 남쪽으로 피난 오셨다. 젊어서는 목회에 헌신하느라 고향을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러나 연세가 드시면서 점점 고향을 그리워하였다. 사실 고향에서 보낸 시간보다 남쪽에서 보낸 시간이 몇 배나 더 되었다. 그런데도 어릴 적 시간을 보냈던 고향 생각으로 힘들어하셨다. 치매에 걸렸을 때도 마지막까지 붙들고 계셨던 것은 고향 생각이었다. 


물리적 공간의 떠남은 자연스럽게 심리적 공간, 영적 공간의 떠남을 요구한다. 떠남은 지금까지 사용하던 언어를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익숙한 전통과 관습을 포기해야 한다. 전에 가졌던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을 포기해야 한다. 여호수아 24장 말씀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아버지 데라를 따라 우상을 만들던 사람이었다. 그는 성경적 가치관이 아니라 세상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 성공, 승리, 부자, 명예, 권세를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떠남은 삶의 방향과 목적을 바꾸라는 뜻이다. 신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회개(전환)다. 익숙함에서 떠나야 하고, 안락함에서 떠나야 하고, 쉬운 것에서 떠나야 한다. 과연 이 떠남이 가능할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과 넓고 쉬운 길을 선택한다. 고향을 떠나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추구하는 것 역시 편안한 안주다. 나는 초등학교 세 곳을 다녔다. 강릉 중앙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다니다 3학년 여름방학 때 문경의 호서남 초등학교로 전학하였다. 6학년 여름방학을 마치고 나는 서울 응암 초등학교로 옮겼다. 지역을 옮길 때마다 나는 적응하느라 무척 고생하였다. 말이 달라졌고, 사람이 달라졌다.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며 그곳을 익숙한 곳으로 만들고, 편안한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다. 인간은 떠남보다 안주하는 데 빠른 존재다. 


아브라함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 백성의 출발점을 아브라함의 떠남에 두었다. 그리스도인은 아브라함처럼 떠나야 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삶의 방향과 목적을 바꾸라는 뜻이다. 삶의 방향과 목적을 바꾸기 위해서는 익숙함과 안락함을 포기하여야 한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하다. 고향을 떠나 다른 곳을 고향으로 만들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또 떠나라고 요구하신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 고향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의 고향은 하나님 나라다.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은 언제나 자신을 나그네로 묘사하였다. 아내 사라가 죽었을 때 아브라함은 헷 사람들에게 자신을 나그네로 규정하였다.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이니”(창23:4) 야곱은 바로 왕 앞에서 자신을 나그네라고 소개하였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창47:9)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본질은 나그네라고 하였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10:19) 


여호와 하나님도 나그네였다. 고대 모든 나라에는 신이 거하는 신전이 있었다. 신전은 신이 머물며 사는 곳이다. 구약 하나님에게는 신전이 없었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여호수아도, 누구도 하나님의 전을 지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는 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출애굽하면서 하나님께서 만들라고 한 성막은 움직이는 공간이다. 후일 솔로몬이 성전을 지으면서 하나님을 고정된 장소로 제한하려고 한 것은 이방 종교의 영향이기도 하다. 여호와 하나님은 움직이는 하나님이시므로, 후일 솔로몬 성전을 무너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신전이 없다는 말은 이 세상에 특정하게 성스러운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성스러운 곳은 어떤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세상을 추구하면서 세속의 것으로 만족하고 안주하는 마음은 성스러운 곳이 아니다. 하나님을 모시는 마음은 이 땅에 고향이 없음을 인식하고 언제나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고 추구하여야 한다. 어느 곳에 정붙였다고 생각하면, 어느 곳에 안주하였다 싶으면, 언제든 가차 없이 떠날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떠남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 한 번 떠남으로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떠남을 통해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은 관계다. 부평초처럼, 하늘의 구름처럼 떠도는 나그네 삶에 우리를 지탱하여 주는 것은 관계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다. 만일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가 없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그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종교인이다. 그리스도인은 끊임없이 하나님과 관계를 확인하고, 점검하고, 새롭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관계를 인격적으로 갖는다는 뜻이 무엇인가? 마태복음 25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최후 심판의 날 양과 염소를 가르는 장면을 설명한다. 그때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25:40) 예수님은 그의 신앙심을 묻지 않으시고, 그가 얼마나 열심히 교회에서 헌신하고 봉사했는지 묻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관계를 물었다. 그 관계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 ‘약자 한 사람’과 맺은 관계다. 많은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람과의 관계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아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사람(약자)과의 관계와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상도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관계는 강자와의 관계다. 힘 있는 사람과 좋은 관계 맺기를 소망한다. 주님은 반대로 약자와의 관계를 강조한다. 지극히 작은 자, 힘 없는 자, 억눌린 자, 병든 자, 소외당하는 자, 추방당한 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은혜를 나누고, 돌보아 주는 일은 훌륭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베푸는 관계를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자와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고, 연대하는 관계를 말씀하신다. 아브라함의 떠남은 바로 그런 의미가 있다. 


갈대아 우르에서 쌓은 부와 명예와 권세로 베풀며 나누는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떠나라 하셨다. 그것은 다른 사회에 가서 주변인으로 혹은 경계인으로 살면서 약자의 아픔과 눈물을 몸소 다 경험하라는 뜻이다. 아브라함은 고백하였다. “I am an alien and a stranger among you”(창23:4, NIV) 떠남은 다른 사회에 가서, 주변인으로 살면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와 관계를 가지라는 뜻이다. 그것은 곧 하나님과의 관계 맺음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낯선 사람(stranger, 타자)이다. 그리스도인은 지극히 작은 자가 되어야 한다. 바울은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으라고 하였다.(빌2:5-8) 성경의 하나님도 나그네였고, 예수님도 하늘 고향을 떠난 나그네였다. 그러므로 이 땅에서 말할 수 없는 고난과 수치와 모욕을 받으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온 세상으로 흩어져 나그네로 살면서 복음의 증인이 되라고 하였다. 아브라함의 떠남을 기독교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를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는 이유는 떠남에 있다. 


그리스도인은 떠나는 사람이다.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기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떠남을 반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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