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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r 28. 2019

사랑하는 마음 없이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우리 어린이들 눈에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스캇 펙(M. Scott Peck)


캐나다의 발달 심리학자 에인스워스(Mary Slater Ainsworth, 1913~1999)는 엄마와 아이의 애착 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다. 그녀는 엄마와 아이를 장난감으로 가득 찬 방에 들어가게 하였다. 엄마는 3분간 아이와 놀아주다 다른 방으로 나간다. 비록 장난감이 많긴 하지만, 엄마도 없는 낯선 상황에서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엄마가 나가는 모습에 보인 반응, 엄마가 다시 들어올 때 반응을 살펴본 후 3가지 유형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1.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 

전체 아기의 65퍼센트 정도는 장난감 방에 들어가자 방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있을 동안에는 안심하고 모험을 즐긴다. 그러나 엄마가 방을 나가려고 하자 떼를 쓰고 울기도 한다. 엄마가 돌아오면 반갑게 엄마를 맞이하며 엄마 품에 안겨 다시 안정을 찾는다. 


2. 회피 애착(avoidant attachment) 

전체 아기의 20~25퍼센트는 매우 독립적인 인상을 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장난감에만 몰두한다. 엄마가 방을 나가도 다시 들어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기의 심장 박동을 살펴본 결과 실제로 엄마가 나갈 때 아이는 불안하였지만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3. 불안 애착(anxious attachment)

약 10 퍼센트 아기는 늘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모습을 보인다. 아기는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혼자 방을 탐색하는 것도 겁을 낸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엄마가 방을 나가자 심하게 운다. 엄마가 돌아와 아이를 달래도 아기는 엄마를 때리며 화를 내고 저항한다. 


에인스워스 실험팀은 다시 아기들의 집을 찾아가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살펴보았다. 


1. 안정 애착 가정 

엄마들은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아이의 욕구가 무엇인지 바로바로 알아차리고 보살펴주었다. 


2. 회피 애착 가정

엄마는 아기의 반응에 매우 둔감하였고, 때로 아기를 멀리하였다. 회피 애착을 보이는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아예 포기한다. “엄마 나가!” “엄마 필요 없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아이로 성장한다. 


3. 불안 애착 가정

엄마는 아기의 반응에 불규칙한 패턴의 반응을 보였다. 매우 사랑하고 보살피다가 때로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었다. 불안 애착을 보이는 아기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엄마 품에서 떠나려 하지 않고, 엄마가 반응하지 않으면 화를 내고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필립 셰이버(Phillip R. Shaver)와 신디 하잔(Cindy Hazan)은 어른의 애착 관계를 살펴보면서 어렸을 때 애착 반응이 반복되는 것을 증명하였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쓴 미국의 정신과 의사 스캇 펙은 말하였다. “부모가 일하는 방식은 그 일이 전 우주에 틀림없이 영향을 미치는 방식처럼 보였다. 우리가 하나님의 본질에 대해 처음 가지게 된 관념은 부모님의 단순한 연장이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격의 단순한 혼합이요, 혹은 그들의 대체물에 불과하다.”


마틴 루터의 부모는 매우 엄격하고 도덕적이었다. 어렸을 때 루터는 부모에게 매를 많이 맞았다. 루터가 생각한 하나님 아버지는 너그럽고 자애로운 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화를 잘 내시고 징계하시는 무서운 하나님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하나님 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고행도 하고, 금식도 하고, 고해성사도 하고, 선행과 봉사도 열심히 하였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늘 불안하였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버리실까? 하나님께서 사랑하지 않으실을까? 늘 무서웠다. 언제 태도를 돌변하여 자기에게 징계를 내리실지 두려웠다.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하나님이 때리신다고 생각하였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 1902~1994)은 루터가 불안 애착 가정에서 성장하였다고 결론 내렸다. 


다윗은 아들 압살롬의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복형 암논이 여동생 다말을 강간하였을 때 다윗은 모른 채 외면하였다. 이 사건을 미루어 보건대 다윗이 자녀 교육을 어떻게 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사울 왕을 피하여 도망자의 삶을 살았다. 자녀를 알뜰살뜰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는 가정에 대하여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윗은 여자를 좋아하여 부인을 여러 명 두었다. 그의 자녀는 기록된 아들만 19명이다. 첩들이 낳은 아들도 많으니 그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은 끊어지지 않았다. 다윗은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문제를 회피하였다. 자연 자녀 역시 회피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압살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암논도 그렇고 아도니야도 그러했다. 회피 가정의 아이들은 일찍부터 부모의 사랑은 포기하고 독립심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믿는 마음도 적을 수밖에 없다. 후일 솔로몬 역시 부인들이 들여오는 우상에 대하여 무관심 무반응으로 일관하여 이스라엘에 산당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졌다. 


회피 애착과 불안 애착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은 안정 애착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신앙생활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다고만 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던지 간에, 우리가 어떤 경험을 했든지 간에, 우리가 어떤 성격이든지 간에 하나님은 언제나 동일하시다. 하나님은 우리의 의심, 분노, 거부, 죄악, 외면, 회피 등의 감정에 아무 상관없이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냥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사랑하신다. 바울은 그 사랑의 깊이와 넓이와 폭을 다 측량할 수 없다고 하였다. 


실제로 나쁜 감정은 하나님에게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경험과 환경과 삶의 정황에서 온다. 내가 만났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 환경도 다 독특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품어줄 만큼 넉넉한 가슴과 사랑을 가지고 계신다.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무한한 사랑의 바다에 풍덩 빠진다면, 어떤 상황에서 자라고 어떤 경험을 했든지 녹을 수밖에 없다. 베드로는 그 사랑의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이라고 하였다. 


나는 초대교인들이 경험했을 환경과 상황을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영광스러운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러한 기쁨 없이, 감동 없이 신앙생활하는 것처럼 힘든 일은 없다. 그것은 아무런 사랑하는 마음 없이 사랑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 없이, 그리스도로 인한 감동없이 신앙생활하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초대교인이 가졌던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의 십분의 일이라도 회복할 있기를 소망한다. 


참고도서 

1. A.M. 파인스, 'Love', 윤영삼 옮김 (다산초당 : 서울) 2005년

2. 필립 얀시 외, '나는 진정한 크리스챤이 아닌 것 같아요', 현은수 옮김 (엠마오 : 서울)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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