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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11. 2019

묵시 종말론의 끈질긴 생명력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묵시 문학과 묵시 종말론은 한때 유대교에서 크게 유행했으나 A.D. 70년 이스라엘이 멸망하면서 사라졌다. 


묵시 사상은 대개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나는 세상을 등지고 숨어버리는 은둔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악한 세상과 맞서 싸우는 과격한 저항이다. 유대교에서는 이 두 가지 양상이 모두 나타났다. 그러나 은둔주의는 에센 파 이외에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 백성의 정서는 로마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하였다. 묵시 종말론은 일반 백성과 이스라엘의 독립을 꿈꾸는 열성적 민족주의자들에게 퍼져 나갔다. 그들은 종말이 곧 임박하였고, 이제 마지막 아마겟돈 전쟁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실 것이 확실하다고 믿었다. 묵시 종말론은 로마에 저항하자는 운동의 신학적 근거가 되었다. 


결국 A.D. 70년 유다 독립을 위한 전쟁이 벌어졌다. 로마는 티투스 장군을 파견하였고, 지루한 싸움 끝에 이스라엘은 패배하였다. 마사다에서 최후 항전을 하였지만, 끝내 전원이 자결을 선택하였다. 이스라엘은 멸망하였다. 이후 로마는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을 완전히 추방하였으며, 이스라엘은 영토 잃은 민족이 되었다. 


묵시 종말론이 유대인들에게 제시한 종말론적인 희망과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제 유대인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졌다. 유대인은 정신적 고향으로 생각하는 예루살렘으로 갈 수도 없게 되었다. 뿌리 뽑힌  채 전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들은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묵시 종말론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유대교는 그제야 기존 질서와 가치 체계와 사회를 부정하는 묵시 종말론의 위험성을 알고 구약성서(마소라 사본)에서 묵시 문학을 모두 제거하였다. 

유대 철학자인 마틴 부버는 구약 선지자들의 사상과 묵시 문학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였다. “묵시 문학은 예언자들의 야웨 신앙과는 근본적으로 무관한 새로운 현상으로서, 종교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쇠퇴기의 말기 현상으로 나타난다. 묵시 문학은 유대 종교 문학에서 새로운 현상이며 예언적 전통 밖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특히 페르시아의 이원론이 후기 헬라적 영향으로 전달된 것이다”(김정우, 757). 


구덕관 교수는 묵시 문학과 구약의 예언 운동이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음을 6가지로 설명하였다(구덕관, 348-9) 첫째 역사관이 구약에서 이탈하였다. 묵시 종말론자들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외면하였다. 악이 세상과 역사를 주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둘째, 구약은 끊임없이 회개를 촉구하지만, 묵시 문학은 회개를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묵시 종말론자들은 자기들은 선하고 의롭기 때문에 핍박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회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셋째, 구약 예언은 이방(바벨론, 아수르)을 하나님의 심판 도구로 보았지만, 묵시 종말론자들은 이방을 악의 도구로서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자로 생각하였다. 넷째 묵시 종말론자들은 구약 선지자들과 달리 내세에 대하여 너무 많은 말을 만들었다. 다섯째 구약 선지서는 모든 열방과 민족이 하나님 앞에 나와 영광과 찬양을 돌리지만, 묵시 문학은 모든 이방을 철저히 심판하신다. 여섯째 구약 선지는 말씀으로 선포된(회개를 촉구한) 후에 기록한 데 반하여 묵시 문학은 처음부터 비밀리에 기록된 문서처럼 취급하였다. 그러므로 묵시 문학은 예언 문학의 정당한 후계자로 보기 어렵다. 


정말 슬픈 사실은 유대교에서 쓰레기통으로 버린 묵시 종말론 사상이 초대교회에 퍼져나갔고,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인간의 죄성은 나쁜 것은 잘 기억하지만, 선한 것과 바른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묵시 종말론자들이 내다보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한결같이 거짓으로 판명되었지만, 지금도 그들은 세대주의 종말론이라는 탈을 쓰고 살아 움직이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터넷 상에 요한계시록 강의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세대주의 종말론을 강의한다. 이러한 잘못된 해석에 미혹되는 그리스도인을 사도 요한은 얼마나 안타깝게 바라볼까. 우리가 요한계시록을 바르게 공부해야 할 필요는 충분하다. 


김정우, 구약 통전 하, 서울 : 이레서원, 2002년

구덕관, 구약신학, 서울 : 대한기독교서회,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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