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최초의 이단, 에비온파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기독교는 유대교에 뿌리를 둔다. 사도들은 구약성경으로 복음을 설교하였다. 처음 예수의 제자들은 땅끝까지 흩어져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명령과 달리 팔레스타인에서만 복음을 전하였다. 예루살렘 교회에 큰 핍박이 있자 비로소 그리스도인은 흩어졌고, 빌립 집사가 사마리아에 가서 복음을 전하였다. 사마리아가 예수를 영접했다는 소식에 예루살렘 교회는 당황하여 베드로와 요한을 조사단으로 파견하였다. 사도 바울은 언제나 회당에 들려서 유대 공동체에 복음을 전파하였다. 그만큼 초대교회는 유대교의 연장선이자 발전 양상으로 생각하였다(McGrath,2011, 157).
초대 기독교에 유대교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은 유대교 전통을 지키자는 쪽이었다. 비록 이방 선교에 대하여 열린 자세를 취하긴 했지만, 예루살렘 공회가 정식으로 결정하기 전까지(행 15장) 율법을 지키자는 주장이 강력하였다. 심지어 베드로마저 이방인과 식사하다 보수 유대교적 배경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온다는 소식에 도망을 쳤다가 바울에게 심하게 책망을 받았다(갈 2:11-14).
기독교에 처음 등장한 이단은 예수 그리스도를 유대교식으로 해석하는 에비온주의였다. 에비온주의는 하나님에 대한 유일신론을 단일신론으로 해석하였다. 그들은 한 분 하나님 옆에 또 다른 하나님(예수님)을 모셔놓는 일은 신성모독으로 생각하였다(Bonhoeffer,113). 그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1)
에비온파는 예수를 주로 인정하긴 했지만, 예수는 단지 성령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인간으로 생각하였다(McGrath,2011,163). 예수는 십자가를 지기까지 순종하면서 율법을 성취한 분이며, 신의 자리에 높임을 받은 인간으로 이해하였다(Bonhoeffer,114).
에비온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과 동시에 율법을 준수해야 구원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이방의 여러 가지 관념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일종의 그노시스교(Gnosticism, 영지주의)의 지파를 형성하였다(Gibbon, 710).
에비온파를 선두로 도케티즘과 영지주의는 모두 유대 묵시 종말론과 같은 이원론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이원론은 기독교 역사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끼친 사상으로서 종말론을 비롯한 기독교 전체를 이해하는 데 많은 혼돈을 일으켰다.
처음 기독교 공동체는 하나의 통일된 교리를 갖지 않았다.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는 나사렛 예수를 개인적으로 알았거나 예수와 관련된 내부 집단을 잘 알던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비롯한 대표적인 도시들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McGrath,2011,75). 처음 그들의 신앙고백은 단순하였다. “예수는 주시다.” 처음 이단은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부인하는 자들로 생각하였다(벧후 2:1).
기독교가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다양한 사회 문화에 직면하였다. 그들은 모두 제각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비록 권위적인 인물이나 기관의 결정적인 통제권이 없는 상태였지만, 기독교는 통일된 정체성을 만들어야 했다. 초대 교부 이레니우스(Irenaeus,140~203)는 ‘모든 이단에 반대하여’를 쓰면서 신약성경의 해석과 관련하여 보편교회(the Catholic Church)를 최고의 권위로 강조하였다(McGrath,2011, 85). 이레니우스가 말한 보편교회는 현재의 가톨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란 뜻이다. 이레니우스는 사도의 가르침을 어떻게 하면 유지할까 고민하였다.
“그만큼 초대 교회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과 감정과 행동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를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McGrath,2010,265). 초대교회를 위협하는 사상은 보수 유대교 이단인 에비온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헬라 사상을 배경으로 한 영지주의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왔다. 기독교는 잘못된 사상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나갔다. 그중에는 종말론 사상도 포함되었다. 종말론은 현재만 복잡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 초기부터 시끄러웠다.
1) 에비온파는 이슬람교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것은 '참 선지자'의 개념과 모세와 예수를 동일 선상에서 취급하는 사상등이다.(Hägglund Bengt, 신학사(History of Theology), 박희석 옮김, 서울 : 성광문화사, 1993년, 41쪽)
참고도서
McGrath Alister E., 그들은 어떻게 이단이 되었나(Heresy : A History of Defending the Truth), 홍병룡 옮김, 서울 : 포이에마, 2011년
McGrath Alister E., 과학 신학 탐구(The Order of Things), 황의무 옮김, 서울 : CLC, 2010년
Bonhoeffer Dietrich, 그리스도론(Christologie), 이종성 옮김, 서울 : 대한기독교서회, 1986년
Gibbon Edward, 로마제국 쇠망사(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이종인 옮김, 서울 : 책과 함께, 2012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