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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24. 2019

기독교 최초의 이단, 영지주의

요한계시록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유대교에서 처음 출발한 기독교는 많은 사상적 위협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여 나갔다. 처음에는 보수적 유대 이단인 에비온파의 위협이 있었고, 두 번째는 헬라 사상에 근거를 둔 영지주의의 위협이었다. 영지주의는 건전한 사도의 가르침과 이교 철학을 뒤섞은 것으로 심지어 점성술과 헬라의 밀교(Mystery religion)까지 뒤섞었다. 초대 교부들은 사도행전 8장에 언급된 마술사 시몬(Simon Magnus)에서 시작하였다고 주장한다(Kelly, 33).


1945년 북아프리카 나그함마디에서 영지주의 문서가 발견되자, 신학계는 영지주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신학자 하르낙(A. Harnack)은 영지주의를 ‘기독교의 극단적인 헬라주의화’라고 하였다. 그러나 유대교 랍비 신학자인 프리드랜더(Friedlander Moritz)는 영지주의가 유대교에서 나왔다고 주장하였으며 초대교회와 영지주의를 연구하는 U.C.Berkeley의 종교학 교수인 버거 피어슨(Pearson Birger A.)은 프리드랜더의 관점에 공감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지주의는 그 기원상 기독교의 이단이 아니다. 오히려 … 영지주의는 사실 유대의 이단이다.”(Stark, 213) 

영지주의가 헬라를 배경으로 한 이단이든, 유대의 이단이든 상관없이 기독교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들은 기독교로 옷을 갈아입은 후 지속해서 이원론적 사상과 영적 체험과 지식을 강조하였다. 나그함마디에서 나온 문서 중 도마복음서는 영지주의 문서로 널리 알려졌으며, 김용옥은 도마복음서를 이용하여 기독교의 근본을 뒤흔들어 놓으려 하였다.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교수인 오강남은 도마복음서는 다른 영지주의 문서와 달리 영적 깨달음을 주로 강조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므로 김용옥의 주장을 거들었다(오강남, 135~139)


헬라어 그노시스(gnosis, 영적 지식)에서 나온 영지주의는 글자를 읽고 쓸 줄 모르던 시대의 사람들에게 영적 체험을 통하여 얻는 영적 지식을 강조하였다. 그들은 말씀이 아니라 어떤 신비한 체험 이를테면 환상, 입신, 갑작스러운 경련(간질 발작), 꿈 등을 통해서 영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영적 지식은 하늘로부터 오는 것으로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믿었다. 


영지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그중 일부가 기독교 이단이 되었다. 영지주의는 영적 깨달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철저하게 이원론적 세계관을 가진다. 그들은 영적인 세계와 물질세계는 무한히 깊은 틈이 있어 하나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들은 선(하나님)과 악(사단)이 대등하게 서로 싸우는 곳이 이 세상이라고 하였다. 물질은 악하고 영은 선하다. 


영지주의자들은 구원을 받기 위하여 죄악 된 세상과 육신에 갇힌 영혼이 영적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죄악으로 물든 육신은 구원받을 수 없고 오직 영혼만 구원받는다고 하였다 1). 영지주의자들은 개인 종말에 관심을 집중하며, 세상이 망하든 없어지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이 멸망하고 없어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들은 예수님이 죄 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부활도 믿지 않았다. 부활은 육신의 구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인 인간을 대신하여 희생을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를 일깨우기 위해서이다(송혜경, 156).


사도 바울과 요한은 영지주의를 경계하였고, 초대 교부인 이레니우스, 터툴리안, 히폴리투스도 영지주의를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초대 교부들은 영과 육의 온전한 부활과 구원을 믿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만드셨던 모든 자연 만물 역시도 온전하게 회복될 것을 가르쳤다(Kelly, 532)


초대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내주 하심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삶에 이미 동참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들에게 종말의 완성은 미래에 있을 것이지만, 현재도 메시아의 통치 아래 살면서 성령의 열매를 즐긴다는 신앙을 가졌다. 종말은 현재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적이다. 


1) 현재 교회 안에서도 영지주의의 영향을 받아 영혼만 구원받고, 천국 간다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 


참고도서 

Kelly J.N.D., 고대 기독교 교리사(Early Christian doctrines), 김광식 옮김, 서울 : 맥밀란, 1986년

Stark Rodney, 기독교의 발흥(The Rise of Christianity), 손현선 옮김, 서울 : 좋은 씨앗, 2016년

송혜경, ‘영지주의 종말론’, Catholic Theology and Thought (74) 2014. 12. 150-189, 신학과사상학회

오강남, 성해영,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서울 : 북성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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