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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13. 2019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하며

제자훈련에 힘쓰던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그의 목회 비전은 그리스도의 제자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온 마음과 열정을 다하여 헌신한 결과 교회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교회 안에 제자훈련 시스템이 정착하였습니다. 제자훈련받은 사람 중에 많은 분이 리더와 강사로 활동하였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은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담임목사는 고민이 커졌습니다. 제자훈련받은 성도들의 머리만 커졌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하는 큐티를 통해 성경을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성도도 있었습니다. 제자를 양육하면서 자신이 마치 굉장한 리더가 된 듯 착각했습니다. 자부심이 지나쳐 교만하기까지 했습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설교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평가자가 되어 점수를 매기고 있었습니다. 은혜받기보다는 은혜를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겸손하여 섬기기보다는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목사님은 은퇴하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지금까지 목숨 걸고 실시했던 제자훈련은 실패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 그 교회는 한국 교회에서 가장 문제 많은 교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사랑은 진리를 기뻐한다고 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고 하였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저도 평생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공부의 기쁨을 조금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르던 것을 배우고 깨닫는 일은 기쁨입니다. 분명 지식과 지혜와 진리를 배우는 일은 좋은 일이고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저를 아는 친구 중 몇몇은 '제가 이론만 밝다'고 나무랍니다. 행동보다 말이 더 빠르고, 생각만큼 이루는 일은 없다고 야단칩니다. 아마도 그게 사실일는지 모릅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여 얻은 지식이 기쁨을 주고 유익을 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아주 조금입니다. 


지식이 있다고, 무언가를 안다고 해서 인격이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진리를 기뻐하는 것과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진리를 기뻐하는 것은 내가 마치 진리를 소유한 것처럼 착각하므로 얻어지는 기쁨입니다.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것은 진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진리와 교제하는 것입니다. 진리는 늘 내 곁에 있습니다. 마치 친구와 같습니다. 


진리는 거울과 같습니다. 진리는 나의 모습을 비춰줍니다. 나의 숨겨진 모습, 나의 부족한 모습, 나의 연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내가 얼마나 수준 미달인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야단칩니다. 바르게 살라고. 그래서 진리는 회초리와 같습니다. 


진리와 함께 산다는 것은 매우 불편합니다. 진리는 거짓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언제나 바른길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곁길로 가고 싶은데, 가끔은 제멋대로 살고 싶은데 진리는 그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사랑은 진실합니다.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사랑은 선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유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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