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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31. 2019

거짓말 어디까지 해야 할까?

우리는 거짓의 세계에 살고 있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으로부터, 텔레비전의 광고로부터, 가짜 뉴스로부터, 정치가로부터 우리는 거짓말을 듣는데 익숙하다. 인간은 언어라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자기가 말하는 내용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거짓말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가령 1년 11개월 된 아이는 잠든 체하며, 엄마가 부르면 코를 고는 것으로 대답하는 등, 고도의 재주를 부른다. 또 다른 1년 7개월 된 아이는 늘 봐서 익숙한 그림책 속의 그림 찾기에서 ‘잘 모르는 척’하는 연기력을 발휘하기도 한다”(셀리그만, 634,635).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아이들의 거짓말 종류는 어른 뺨치는 정도로 다양하다’고 하였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거짓말하는 능력이 인간의 문명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매사추세츠 대학교의 연구를 따르면 거짓말하는 사람은 무려 81퍼센트나 된다. 이 연구를 시행한 심리학자들은 교육직에 취업 면접을 보는 것처럼 꾸미고 면접자 그룹을 모집했다. 면접이 끝나고 사실은 그런 일자리가 없으며 실험이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면접자들에게 면접 녹화 영상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고의적으로 면접관을 호도한 경우를 전부 알려달라고 했다. 결과는 매우 암울했다. 면접자 5명 가운데 4명이나 거짓말을 인정했기 때문도 아니고, 거짓말 횟수가 평균 2회 이상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약 10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진 무척 짧은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중략) “어떤 사람도 비밀을 지킬 수 없다. 만일 입이 침묵하고 있으면 손가락 끝으로 지껄인다. 배신은 그의 몸 모든 구멍에서 스며 나온다”라는 프로이트의 말을 우리는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 우리는 부정직함을 알아차리는 데 그다지 탁월하지 못하다.”(Friedman, 197)


거짓말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지만, 그래도 거짓말이 안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성경은 ‘사탄은 거짓의 아비’라고 하였다. 비록 자신은 거짓말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기를 소망한다. 진정한 친구, 사랑하는 사람, 가족만큼은 내 편이 되어 진실을 말해주기를 소망한다. 


칸트는 ‘모든 말은 정직해야 하며 그 어떤 편의주의, 합리화, 자기변명은 허용되지 않는 신성한 이성적 원칙’이라고 하였다. 그는 정직을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겼다. 그는 그 어떤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았다. 절대적 원칙주의자다운 풍모를 보인다. 그 점은 어거스틴도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해를 막기 위한 거짓말도 잘못된 것이지만, 심각한 죄를 막는 데도 거짓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어거스틴은 말하였다(Pohl, 207).


그렇다면 칸트나 어거스틴이 말하는 것처럼 살 사람이 있을까? 탈무드에서는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 가지 예외를 인정한다. 지식, 환대, 성과 관련된 거짓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 세 가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당사자에겐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콩스탕(Benjamin Constant)은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는 진실을 알 자격이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Gary, 42%).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어디일까? 칸트나 어거스틴은 원론을 이야기한 것이고, 탈무드나 콩스탕은 현실을 이야기하였다. 당신은 어떤가? 

거짓말 중에는 존엄성을 건드리는 거짓말이 있다. 신뢰를 배반하는 거짓말이 대표적인 예이다. 거짓말은 신뢰를 얻기 위하여 시작한다. 처음부터 큰 거짓말 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대개는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한다. 작은 이익을 위해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감정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작은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언젠가 거짓말은 드러나게 되고, 적당히 또 거짓말로 변명하며 회피해보지만 피할 수 없는 골목에 부딪히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거짓말하는 사람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게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서, 타인의 존엄성을 해치고, 결국 자기 존엄성까지 무너지는데도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제일 먼저 자기를 속여야 하고, 가장 마지막에 자기를 파멸로 몰고 간다. 자기를 속이기 위해서는 행동의 동기부터 새롭게 쓴다. 감정의 세계도 재배치한다. 그때 그런 말과 행동을 했지만, 마음만은 진실했다고 거짓을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인생의 의미와 가치까지도 거짓된 수렁에 빠진다. 치욕스러운 현실이 다가와도 끝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거짓된 자아상을 붙잡고 살아간다. 결국, 자기 존엄성을 해치고 만다. 


심리학자 마이클 호이트(Michael Hoyt)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제대로 했을 때, 아이들은 절대적이었던 부모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기술했다(셀리그만, 635). 거짓말은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하여 하지만, 결국 더 큰 속박 아래 빠지고 만다. 인간관계를 변질시키고, 하나님과의 관계마저 변질시킨다. 


비록 우리가 거짓의 세계에 살고, 거짓을 말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항상 그 진실에 맞추어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렵지만, 아프지만 빛이 비치면 어둠이 물러가듯, 진실이 드러날 때 거짓을 포기해야 한다. 그때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진실을 붙잡아야 한다. 진실을 말하도록 노력하라.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려고 애쓰지 마라. 하버드 대 심리학과 교수인 조던 피터슨은 권면한다. “지금 의욕이 없고, 소외당한 기분이 든다면, 혼돈에 휩싸이고 절망에 빠진 기분이라면, 진실을 말하도록 노력해 보라. 낙원에서는 모두 진실을 말한다. 바로 그래서 그곳이 낙원이다”(Peterson, 58%)


Haugen A. Gary, ‘정의를 위한 용기’(Just Courage) E-book, 서울 : IVP, 2014년

Peterson B. Jordan, (12 Rules for Life : an Antidote to Chaos) E-book, 강주헌 옮김, 서울 : 메이븐, 2018년

마틴 셀리그만 외, 심리학의 즐거움 2 (Joy of Psychology), 유진상 외 옮김, 서울 : 휘닉스, 2008년

Friedman Ron, ’ 공간의 재발견’(The Bet Place to Work) E-book, 정지현 옮김, 서울 : 토네이도, 2015년 

Pohl D. Christine, ‘공동체로 산다는 것’(Living into Community), 권영주 박지은 옮김, 서울 : 죠이선교회,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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