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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06. 2019

슬럼프에서

나의 일과는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질문한다. "오늘 일정이 어떠세요?" 그때마다 나는 좀 난감하다.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인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집에 방문한 친구 목사는 말한다. “목사님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지 않으세요? 나 같으면 몇백만 원을 준다고 해도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나는 이 삶이 좋다. 배움은 끝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나의 지식은 부족하기 이를 데 없다.


책을 세 권이나 썼지만, 아직도 마음엔 미흡하다는 생각뿐이다. 프로 선수들은 개인 코치를 두고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고. 훈련하기를 반복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충실하고자 자신을 가다듬는 사람도 있다. 요즘 나는 슬럼프에 빠졌다. 하루 종일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그저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슬럼프에서 탈출할까? 나도 프로선수들처럼 개인 코치를 두고 글쓰기를 지도받으면 좋겠다. 전에 처음 글을 쓸 때 꼼꼼하게 지도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 덕분에 글을 열심히 쓸 수 있었다. 이젠 홀로서기를 하면서 글쓰기에도, 공부에도 코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미국 온 지 1년 만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Simon Hong은 미국 PGA 프로 티칭 골퍼이다. 학교에서 만나 이야기하던 중 서로 마음이 통했다. 그는 나에게 골프를 가르쳐 주고, 나는 그에게 자료 정리와 글쓰기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놀라운 기회이다.


몸무게를 공개하기 부끄럽지만, 미국에 오면서 무려 5kg이 늘었다. 주변에서 배가 나왔다거나 살이 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부담감이 생겼다. 교회 체육관에서 담임 목사와 배드민턴을 5분 쳤는데 도저히 더 칠 수 없었다. 길을 걷다 보면 금방 피곤이 몰려왔다. 분명 내 몸인데 이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한국에서 골프는 부유층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 골프는 보통사람이 하는 운동이다. 가까운 로즈볼 스타디움에 있는 브룩사이드 골프장은 한 달에 39달러면 회원이 되어 골프를 연습할 수 있다. 오늘은 골프 레슨 세 번째 날이다. 사이먼은 아주 지혜롭고 우수한 선생으로서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디서 격려하고, 칭찬해야 할지 아는 코치다.

그가 나에게 하는 말 중에 의미심장한 말이 하나 있다.

“목사님 이제 잠깐 쉬십시오.”

열심히 연습해도 모자랄 나에게 쉬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골프 치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멋있게 친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공은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아득하게 날아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디를 고쳐야 할지 어떻게 쳐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많은 것보다 딱 한 가지만 고쳐나가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사이먼이 “쉬십시오” 말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십시오”라는 말로 듣는다. 쉼은 단순히 넋 놓고 쉬는 것이 아니다. 쉼은 회복을 위함이다. 쉼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쉼은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한 기본자세다. 오늘 나는 골프를 통해서 쉼의 의미를 배웠다.


며칠 만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써본다. 그동안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았으니 뭐라도 써야 하겠다. 아직 글쓰기 교사를 만난 것도 아니고, 쉼을 통해서 글쓰기가 더 나아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초심으로 돌아가 부족함을 인식하고 조금씩이라도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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