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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13. 2019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전체 자영업 중 폐업 업종 1위가 ‘식당’이다. 하루 평균 3,000명이 시작하고 2,000명이 식당을 폐업한다. 각자가 나름의 걱정과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다 결국 문을 닫는다. 백종원 씨는 골목에 자리한 작은 식당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건실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준다.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본이 되어줄 프로그램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의 개척교회 현실을 본다.


골목마다 작은 교회들이 있다. 어떤 건물에는 교회가 서너 개가 있다. 지도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이 무작정 교회를 시작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후원해 주는 교회가 든든하면 개척교회를 성공할 수 있을까? 설교를 잘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교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르면 성공할 수 있을까? 남들과 다른 콘텐츠를 가지고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성공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지만, 하루 평균 3,000명이 시작했다가 2,000명이 폐업하는 식당과 비슷하지 않을까?


백종원 씨가 골목 식당을 찾아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음식 맛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정리 정돈과 청소와 위생 상태다. 음식의 생명은 위생이다. 위생이 갖추어지지 않은 음식점은 폐업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위생은 신경 쓰지 않고, 인테리어, 홍보, 메뉴, 맛, 서비스, 수익에 신경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없다.


위생은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매일 같이 반복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하루하고 마는 일이 아니라 장사가 잘되든 못 되든 꾸준히 해야 한다. 청결, 청소, 정리 정돈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기본 위에 맛을 만들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메뉴를 조정하고, 인테리어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목회의 기본은 무엇일까? 목사가 반드시 잊지 말고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설교의 품질을 높이고, 성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교회 건물을 멋지게 꾸미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료 정리다.


자료 정리에 대한 글을 몇 차례 쓰고 나니 몇몇 분들이 나의 방법론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방법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자료 정리에 조금만 관심을 두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담임목회 20년 동안 수많은 목회자에게 나의 방법을 전수하였지만, 지금까지 그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미국에 와서 로고스 교회 신동수 목사를 만나기 전까지 그러하였다. 그동안 신 목사는 자료 정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였다. 나름대로 문제를 풀어보려고 주위 선배 목사님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나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았다. 신 목사는 나의 방법을 듣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것은 방법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깊은 고민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 목사는 나를 만난 지 1년 만에 약 4만 개의 데이터를 축적하였다. 내가 평생 약 35만 개의 데이터를 모았는데 말이다. 앞으로 그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되어갈지 자못 궁금하다.


많은 사람은 방법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방법은 정답이 아니다. 문제를 풀어보려고 혼자 고민하고 고민해본 사람만이 방법의 소중함을 안다. 다이어트 방법이 수천 가지가 넘는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사람도 참 많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대부분 요요를 경험하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다. 왜 그럴까? 방법이 잘못되어서일까? 아니다. 습관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당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리 정돈과 청소와 위생 상태를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식이요법과 운동을 평생 힘써야 한다. 바른 목회를 하려면, 자료 정리를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습관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할 때 대개 ‘혁신 전략’을 먼저 떠올린다. 사람들은 ‘혁신’을 창조적인 파괴의 한 유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혁신이란 아주 격렬한 변화의 과정이다. 이상적인 경우, 혁신은 아주 짧은 시간에, 극적인 방향 전환을 일으킬 수 있다. 혁신은 빠르고, 거대하고, 격렬하게 일어나기에 아주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성과를 낼 수 있다”(Maurer, 9)


UCLA 의대 임상심리학자인 로버트 마우어(Robert Maurer)는 아주 작은 반복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 강조한다. 심각한 비만으로 고혈압과 피로에 지친 줄리는 UCLA 의료센터를 찾아왔다. 모든 검사를 마친 후 의사는 말했다. “조깅하세요! 자전거도 타시고! 에어로빅 비디오도 빌리시고요! 점심 후 휴식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마시고, 필요하면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운동하세요. 일주일에 다섯 번은 건강을 위해 투자하세요.” 정답이다. 그러나 성공할 수 없는 답이다. 그동안 줄리가 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 해보았다. 노력했었다. 결과는 언제나 실패였다. 그때 줄리에게 로버트 마우어가 처방하였다. “텔레비전 앞에서 걸어 보는 것은 어떤가요? 하루에 1분씩?” 곁에 있던 의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줄리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지요.” 다음 방문 때 씩씩하게 들어온 줄리는 “하루에 1분씩 더할 수 있는 게 뭐 또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주 작지만,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변화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우리 옛 속담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발걸음 하나가 매우 작지만, 그 발걸음으로 천 리를 걸을 수 있다. 자료 정리 방법이 소중한 것이 아니다. 무슨 방법을 해도 좋다. 정리 정돈을 한 번 해 보라. 매일 딱 10분씩만. 아침에 눈을 떠 책상에 앉으면, 먼저 딱 10분만 자료를 정리하라. 해보다 잘 안되면 그때 메일을 주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노력을 하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아주 작은 반복이 습관이 될 것이다. 반복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사람을 만든다.  


“우리 삶은 우리가 던지는 질문, 하지 않았던 질문, 할 생각조차 없었던 질문으로 만들어진다.” - 샘 킨


Robert Maurer, ‘아주 작은 반복의 힘’(One Small Step Can Change Your Life)E-book, 장원철 옮김, 서울 : 스몰빅미디어,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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