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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an 31. 2020

다윗은 어떻게 목욕하는 밧세바를 보았을까?

다윗은 이스라엘의 성군이요, 메시아의 모형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유대인들은 다윗을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그의 범죄를 은폐하거나 미화하는 시도를 하였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은 다윗 왕조를 다시 재건하고 싶어서 새롭게 역사책(역대상하)을 썼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망한 이유를 찾기 위하여 노력했던 사무엘서는 다윗의 허물을 솔직히 기록하였지만, 다윗 왕조를 재건하고 싶어 했던 역대기 저자는 의도적으로 밧세바 사건을 생략하였다. 다윗을 미화하기 위한 작업은 이때부터 시작하였다. 다윗을 변호하려는 사람들은 밧세바가 다윗을 유혹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렸다. 모든 것을 낱낱이 아시는 하나님께서 선지자 나단을 통하여 명백히 밝혔지만, 다윗을 옹호하므로 남성 우월 사상을 퍼트리는 사람들은 하나님 말씀보다 자기들의 생각이 옳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요점은 밧세바가 다윗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목욕하므로 다윗을 유혹하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3,000년 전 다윗 시대 목욕문화는 어떠했을까? 그때는 집안에 목욕시설이 없었다. 수도 시설도 없었고, 샤워는 상상도 못 하였다. 이스라엘은 더운 아열대 기후이기 때문에 목욕은 언제나 야외에서 행하였다. 특히 지붕에서 많이 하였다.

그러므로 마음만 먹으면 여자가 목욕하는 장면을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그들은 암묵적 규례가 있었다. 그들은 목욕하는 여자를 발견하면, 얼른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것이 그들의 전통적 예의였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쪽은 목욕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욕하는 사람을 볼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네팔을 여행할 때, 산악지대에서 목욕하는 여자를 본 적이 있다. 네팔 산악지대는 지형상 수도 시설이 없고, 기온 차이가 심하여 따뜻한 한낮, 길거리에 있는 펌프에서 목욕하였다. 네팔은 중동지역처럼 커다란 천으로 몸을 감싸 안는 옷을 입는다. 여인들은 길거리에서 커다란 천을 조금씩 움직이며 목욕을 하였다. 여자들은 남자를 의식하지 않고 몸을 씻는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네팔 선교사에게 질문하였다. “여자가 목욕할 때 남자가 자세히 보면 어떻게 하느냐?” 선교사는 대답하였다. “네팔 남자들은 여자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면, 바로 고개를 돌립니다. 만일 여인을 유심히 살핀다면, 그건 매우 악한 행동입니다.” 그건 그들의 상황이 만들어낸 목욕문화였고 그들은 여인의 목욕하는 모습을 유혹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목욕문화도 그와 같다.

이스라엘은 산악지대 국가이다. 예루살렘, 베들레헴도 모두 산꼭대기에 형성된 도시다. 지형 특성상 예루살렘은 산 경사면을 따라 집이 있는 테라스식 도시였다. 다윗의 왕궁은 산꼭대기에 지었고, 그 아래쪽에 우리야와 같은 측근의 집이 위치했다. 다윗이 우리야를 돌려보내면서, “네 집으로 내려가서(Go down to your house)”(삼하 11:8)라고 말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김구원, 113-114). 따라서 다윗이 마음만 먹으면 밧세바뿐만 아니라 예루살렘의 모든 여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건 예의 없는 행동이고, 악한 행동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많은 임금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악한 아합 왕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아무도 목욕하는 여자를 훔쳐보지 않았다. 그건 이스라엘 사람으로 결코 하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네 눈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빼버리라. 한 눈으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나으니라”(막 9:47). 예수님께서 지적하신 눈으로 짓는 죄는 여러 가지다. 시기, 질투, 교만, 멸시뿐만 아니라 관음증도 이에 해당한다. 예수님은 이러한 죄들을 아주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만든 정신질환 진단 기준 제5판(DSM-5)에 따르면 관음 장애는 변태성욕장애군(paraphilic disorders)에 속하는 여러 개별 질환 중 하나이다(최의헌, 187). 현대 사회에서도 옷을 벗는 중이거나 옷을 벗고 있는 사람을 관찰하는 행위는 성적 범죄다. 다윗은 관음증을 뛰어넘어 자기 권위를 사용하여 여자를 강간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는 그 어떤 핑계로도 다윗을 변호할 수 없다.

밧세바가 다윗을 유혹하여 왕비가 되고 자기 아들을 왕으로 삼고자 했던 마음이 전혀 없다는 또 다른 증거로 자기 남편 우리야가 죽었을 때 취한 태도이다. “밧세바는 자기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소리 높여 슬피 울었다”(삼하 11:26, 현대인의 성경). 남편이 죽었을 때 통곡하는 아내의 심정을 이처럼 절절하게 표현한 경우가 없다. 밧세바를 음탕하고 음흉한 여자로 해석하는 소리를 들으면, 아마도 피를 토하며 울부짖을 것이다. 밧세바를 두 번 죽이는 일을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음 글은 밧세바의 남자들 입니다)


김구원, ‘구약 꿀팁’, 서울 : 홍성사, 2016년

최의헌, ‘관음 장애, 당신의 시선은 안전한가요?’, 목회와 신학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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