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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Feb 11. 2020

밧세바의 남자들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를 자세히 소개한다. 그중에 5명의 여자가 등장하는데 다말, 라합, 룻, 밧세바, 마리아다. 개인적인 생각에 사라, 리브가, 드보라, 한나 같은 훌륭한 여자가 족보에 들어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의외다. 예수님 족보에 등장하는 여자는 하나같이 많은 사연을 간직하였으며, 동시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여자가 밧세바다. 밧세바는 음탕하고 음흉한 여자로 해석하는 때가 있는데 이야말로 밧세바를 모욕하는 일이다. 사실 성경은 밧세바에 대해서 기록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녀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훌륭한 신앙인이었다. 밧세바의 할아버지 아히도벨, 아버지 엘리암, 남편 우리야, 선지자 나단, 제사장 사독, 그리고 다윗과 솔로몬 모두 하나님께 쓰임 받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통해서 간접적이지만, 그녀가 훌륭한 성품의 여인이었고, 하나님께서 인정하는 여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다윗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죽기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복수와 분노와 원한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 용서와 사랑과 관용을 실천하면서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는 축복을 받은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녀 주위에 있는 남자들을 살펴봄으로써 그녀의 성품을 알아보자.  

1. 아히도벨

그녀의 할아버지 아히도벨은 다윗의 참모로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성경은 “아히도벨이 베푸는 계략은 사람이 하나님께 물어서 받은 말씀과 같은 것이라 아히도벨의 모든 계략은 다윗에게나 압살롬에게나 그와 같이 여겨졌더라”(삼하 16:23)고 기록하였다.


아히도벨은 다윗과 압살롬을 섬겼는데, 그들은 모두 아히도벨의 계략을 하나님께 물어서 받은 말씀처럼 소중히 여기고 받아들였다. 그만큼 그는 지혜로운 참모였다. 안타까운 사실은 손녀딸이 다윗에게 강간을 당한 이후,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압살롬이 반역할 때 다윗을 배신하였다. 그리고 압살롬이 자기의 뜻을 따르지 않음을 알고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가 집을 정리하고 목매어 죽어 조상의 묘에 장사되었다.

자살은 기독교 윤리학에서 중요한 논점 중 하나이다. 구약 성경에는 자살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 단지 6 계명에 근거하여 자살도 살인의 일종으로 해석하여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자살을 반대하였다. 성경에 나타난 자살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로, 사람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과 번민에 빠지게 될 때, 소수의 어떤 사람은 자살이라는 죽음을 택하고 있다. 둘째로, 자살은 어디까지나 비극적이며 비참하고 부정적인 인생의 결말이다”(김중은, 25).

지혜롭던 아히도벨이 비참하고 부정적인 결말을 맞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밧세바 사건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가정의 비극은 밧세바에게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지혜로운 아히도벨은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렸지만, 정작 당사자였던 밧세바는 분노와 복수보다는 용서와 관용으로 선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다.


2. 엘리암

밧세바의 아버지는 ‘엘리암’(Eliam)으로 ‘하나님은 은혜 로우시다’는 뜻이다. 이로써 그의 집안은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가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다윗의 30인 용사 중 한 명이었다(삼하 23:24). 그는 아버지 아히도벨을 따라 압살롬 편에 서지 않고 끝까지 다윗에게 충성을 다하였다. 이 점을 볼 때, 엘리암은 아버지 아히도벨보다 훨씬 지혜롭다 할 수 있다. 밧세바는 엘리암이라는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


3. 우리아

두 말이 필요 없을 만큼 훌륭한 장군이다. 그는 하나님과 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하였다. 전장에 있는 군인들을 생각하여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왕궁의 문간방에서 밤을 보냈다. 그의 충성심은 다윗도 어찌할 수 없었다. 결국, 다윗은 사악한 계략을 사용하여 우리아를 죽였다. 밧세바는 우리아의 전사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하였다. 이로써 그녀는 남편을 진심으로 존경하였고 사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4. 나단 선지자

밧세바 사건은 이스라엘에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다윗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백성을 다스리느냐, 아니면 권력을 사사로이 남용하는 폭군이 되느냐, 기로에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나단 선지자는 목숨을 걸고 왕에게 나아가 그의 죄를 지적하였다. 역사상 왕에게 직언한 선지자는 여럿이 있지만, 대개는 큰 핍박과 환란 속에 비참한 결론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나단은 다윗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고, 다윗 왕조의 기틀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는 하나님만 두려워하였기에 왕이라 할지라도 그 죄를 담대하게 지적하였다. 만일 밧세바가 마음으로나 생각으로 죄를 지었다면, 결코 그냥 넘겨버리지 않을 선지자였다. 나단이 보기에(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밧세바는 죄가 없었다. 그러므로 나단은 언제나 밧세바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었고, 조언하고 지도하였다. 밧세바가 솔로몬을 낳았을 때 나단은 솔로몬의 이름을 여디디야로 지어주고(삼하12:25) 그의 영적 지도자가 되었다. 


5. 다윗

다윗은 자신을 강간하였고, 남편 우리아를 죽인 권력자였다. 그와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밧세바는 다윗에게 끊임없이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았을까? 그 결과 나단 선지자의 지적에 다윗이 즉시 무릎 꿇고 회개하지 않았을까?  후일 다윗이 늙어서 모든 아내를 물리치고 누워 있을 때에도 밧세바는 다윗 앞에 나아갈 수 있었다. 밧세바 역시 나이 들어 미모를 잃어버렸지만, 그녀가 가지는 여유와 지혜와 편안함과 신앙은 노년의 다윗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나이 들면 무엇보다 편안하게 해주는 상대를 좋아하는 데 밧세바가 그런 여자였다(김중기, 118). 다윗은 밧세바와 국정을 상의하고, 후계를 논의하였다. 그만큼 다윗은 밧세바를 인정하였다. 


6. 솔로몬

솔로몬은 처음 왕이 되었을 때 나라를 다스릴 지혜를 구하였다. 그가 나이 들면서 점점 허탄한 길로 갔지만, 어머니와 스승이었던 나단 선지자의 영향력이 있는 동안에는 훌륭한 왕이었다.


7. 아도니야

솔로몬과 왕권 경쟁을 하던 아도니야가 밧세바를 찾아가 수넴 여자 아비삭을 달라고 청하는 모습을 볼 때(왕하 2:13-25) 밧세바는 적이라 할지라도 용서하고 포용하려는 넓은 마음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밧세바의 면모를 성경이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밧세바 곁에 있던 남자들을 살펴보면, 그녀는 관용, 용서, 정직, 지혜, 신앙과 매력을 가졌을 거라고 추측하게 한다. 


김중은 ‘자살 문제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접근’, 장신 논단 38, 2010, 9, 11-40쪽

김중기, ‘여성에게 일어난 신앙 사건’, 서울 : 참가치,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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