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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01. 2015

민물 매운탕의 추억

“우리 물고기 잡으러 갈까?"

“예 좋아요. 와 신난다. 삼촌 빨리 가요."

어릴 적 외가에 자주 놀러 갔다.

나는 외삼촌을 그냥 삼촌이라 불렀다.


외가는 온양 신정호수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었다.

참외, 수박 농사를 짓기 때문에 여름에 놀러 가면 먹거리가 풍성하였다.

원두막 옆으로 흐르는 조그만 시내에 돌들을 쌓아 자그마한 댐을 만들어 놓고 물장구치고 놀기도 하였다.

수박과 참외를 시냇물에 담가 두었다가 꺼내 먹으면 얼마나 시원한지 결코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원두막에 누워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듯하였다.


가끔 외삼촌이나 외사촌 형이 냇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면 나는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냇가 수풀 사이에 족대를 들이밀고 발로 쿡쿡 밟아 물고기를 몰아서 잡는 맛은 최고다.

족대를 들어 올릴 때마다 우리는 뭐가 잡혔나 들여다보았다.

피라미, 망둥이, 붕어, 쏘가리, 꺽지, 메기

운이 좋으면 큰 물고기도 잡히지만 대개는 손가락 크기만 한 잡어들이다.


외숙모는 능숙한 솜씨로 물고기들을 손질하고 토란대나 얼갈이배추 삶은 것을 집어넣고 된장, 고춧가루, 갖은 양념을 더 하여 끓이면 그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다.

단백질 공급이 부족했던 그 시절 민물 매운탕 한 그릇이면 여름 보양식으로 충분하였다.

자라면서 나는 어린 시절 먹던 매운탕 맛을 잊지 못해 매운탕을 잘한다는 집을 찾아다녔다.

그래도 그때 그 맛을 내는 음식점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춘천 한적한 동네 뒷골목의 매운탕 집에 우연히 들렸다.

손님도 많지 않았다.

하긴 식사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반겨 맞이하였다.

메뉴판을 보니 내가 먹고 싶어하는 잡어 매운탕이 보였다.

1인분 11,000원이었다.

메뉴판 아래 민물새우탕이 보였다.

사실 잡어 매운탕에 민물새우가 듬뿍 들어가야 국물맛이 살아난다.

왠지 맛있을 것 같아 보였다.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그때야 음식을 준비한다.

금방 지은듯한 밥은 알알이 기름졌고, 끓여온 매운탕은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마치 숨겨놓은 보물을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을 흘리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고향의 맛을 맛보게 해준 아주머니에게 크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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