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이스북 메신저로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이신데 설교에 대한 부담감이 날로 커진다는 고민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설교를 잘할 수 있을까?
저에게 문의해 오셨습니다.
사실 페친도 아닌데 이런 메시지를 받으니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설교를 잘하는 목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친한 친구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넌 교수가 꿈이냐?"
그때 전 “공부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질문한 그 친구는 지금 교수가 되어 있고, 전 “공부하는 목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교를 잘하고 싶다.
목회를 잘하고 싶다.
목사에게 이런 욕망이 없다면 목회자가 아니라 할 수 있지요.
이런 욕망을 긍정적으로 풀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공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공부하느냐’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공부하느냐’입니다.
앞으로 이 글이 얼마만큼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생각을 조금씩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훌륭한 설교자, 곧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설교자를 선택하여 그 사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설교 카피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설교 카피란 남의 설교를 밝히지도 않고 자기 설교처럼 하는 것입니다.
설교자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직성과 투명성입니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설교자, 그분이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그분을 영적 멘토로 여기고 있는 설교자를 밝힙니다.
아주 떳떳하고 당당하게.
저의 경우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목회하셨던 ‘로이드 존스’ 목사님입니다.
전 그분의 설교를 읽을 때면 언제나 새로운 영감으로 채움 받곤 합니다.
제가 목회할 때, 매년 일월에 로이드 존스가 쓴 “설교와 설교자”란 책을 읽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편씩 로이드 존스의 설교를 읽고 한 장 짜리 요약본을 만들었습니다.
정확히 요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요약합니다.
로이드 존스의 설교는 길고 때로 장황하게 자기 논리를 풀어나가기에 뺄 것은 빼고 제가 은혜받은 부분을 중심으로 요약했습니다.
그리고 그 요약지를 가지고 새벽 설교나 수요 설교에 설교하였습니다.
요즘 로고스교회 신동수 담임목사와 제가 로이드 존스의 설교를 요약해서 로고스 묵상으로 올리는 것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 년 이상을 하면 어느새 로이드 존스의 영성과 성경 이해와 설교의 논리 전개를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국내에 로이드 존스 설교집을 전부 사서 이런 작업을 한다면 대략 6,7년이 걸릴 것입니다.
제가 로이드 존스를 추천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로이드 존스를 팔로우할 순 없을 것입니다.
다른 분 이를테면 스펄젼, 존 라일, 아더 핑크, 휫필드, 존 스토트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 목사님들 중에도 훌륭한 분이 많이 계시지만 추천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설교는 많은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자주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설교를 자주 듣고 모방하다 보면 설교 목소리, 제스처, 태도 등을 닮아가게 됩니다.
언어가 같고 영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닮기 쉬운 것입니다.
모방하다 보면 어느새 그분의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서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설교를 마친 후 설교자를 소개하는 데 조용기 목사님이 아니었습니다.
전 깜짝 놀랐습니다. 이 정도로 닮을 수 있나?
나중에 영상을 찾아보니 설교하는 태도와 제스처도 닮았습니다.
그러면 그분은 결코 조용기 목사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국내 설교자는 가끔 참고로 영상을 보면 되지 너무 집중적으로 팔로우하면 결코 좋은 결과를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외국 설교자는 이미 돌아가신 분이고 영상으로 접할 수 없기에 창의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2년을 집중적으로 그분들을 연구하면 이제 다른 분을 연구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로이드 존스 목사님이 훌륭하긴 하지만 전 그분 한 분만으로 만족하기엔 설교의 세계가 너무나 크고 넓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감하게 다른 분을 또 연구 대상으로 삼아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성경을 보는 눈이 크게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설교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