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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06. 2015

엇갈린 우정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다산 정약용의 두 제자 - 황상과 이학래

18년 강진 유배생활 동안 다산이 길러낸 제자가 많았지만, 그중에 황상과 이학래는 단연 뛰어난 제자들이었다. 

다산은 시 제자로 황상을 첫손에 꼽았으며, 학문에서는 이학래가 가장 두각을 드러내었다고 칭찬하였다.  


다산이 18년 유배생활 기간중 약 500여 권의 책을 내게 되었는데 그 모든 작업에 비서처럼 곁에서 보좌하고 도움을 주었던 제자가 바로 이학래였다. 

그는 다산이 해배되어 서울을 올라갈 때도 다산을 모시고 직접 올라간 제자 중 한 사람이다. 

다산 곁에서 다산의 저술 작업을 도와가며 학문의 깊이를 닦아나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학래는 벼슬 욕심이 있었다. 

그는 배경 있고 권세 있는 사람만이 거들먹거리는 부정부패한 과거시험에 뜻을 두었다. 

시골 아전의 아들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학문이 당대 서울 장안의 그 어느 학자들에 못지않다고 자부한 이학래는 벼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산은 그러한 이학래를 여러 차례 말려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산 정약용이 벼슬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달은 그는 결국 다산을 배반하고 추사 김정희의 집에 식객으로 들어간다. 


반면에 시에 탁월한 재주를 가졌던 황상은 묵묵히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학문을 갈고닦았다. 

그는 스승의 충고대로 벼슬에 뜻을 두지 아니하고 오직 학문에만 뜻을 두었다. 

스승이 서울로 떠난 지 18년 만에 제자 황상은 꾀죄죄한 시골 농부의 모습으로 다산을 찾았다. 

오랜만의 감격스러운 만남을 끝으로 다산은 임종을 맞이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황상은 급히 돌아와 스승의 장례를 치른다. 


그후 다산의 장남 정학연과 황상은 형제의 도리로 교류하면서 서울 장안에 황상의 시가 소개되었다. 

시골 아전의 자식인 황상의 시가 등단하였을 때 모두 그의 시에 감탄하였다. 

그때가 황상의 나이 58세였다. 


황상의 시를 읽어본 추사 김정희는 단번에 그의 시와 학문과 인품에 빠져든다. 

추사 김정희는 직접 강진까지 찾아가 황상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몇 번이고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한다. 

황상이 66세 되던 해 마침내 추사 김정희를 만나 교유하게 되고, 당대 최고의 학자이며 영의정까지 지낸 권돈인까지 만나 시를 나눈다. 

황상은 급기야 서울 장안에 혜성처럼 등장한 시인으로 유명세를 떨치었다. 

그의 시뿐만 아니라 스승인 다산 정약용을 끝까지 모시고 따른 그의 인품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하였다. 


그가 추사 김정희에게 초청받아 귀빈 대접을 받으며 그의 집에 머물렀을 때 뜻밖의 만남을 가진다. 

28년 전 스승을 배신하고 벼슬길에 올라볼까 하는 야심 속에 추사 김정희의 집에 식객으로 들어간 친구 이학래를 만났다. 

한 사람은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존경받는 모습으로,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이름없는 식객으로 어찌 벼슬 한자리 할까 기웃거리는 신세로 만났다. 

젊은 시절 총기 있는 눈으로 학문하던 이학래의 모습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초라한 60대 늙은이가 되었다. 

70세 이학래는 마지막으로 본 과거 시험에 낙방한 이후 스스로 몸을 우물에 던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황상과 이학래 둘 다 보석처럼 빛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둘의 마지막은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끝맺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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