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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y 26. 2020

유튜버의 안식

오전 내내 유튜브 영상 대본 작업을 하였다. 야곱의 부인 레아와 라헬 이야기를 팀 켈러와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의 대본이다. 어떻게 대화를 전개할까? 며칠 전부터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 글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여러 차례 하였다. 준비한 자료를 읽고 또 읽었지만, 딱히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나의 한계인가 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내용을 담아야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다. 그래도 대충 대본 작업을 끝냈으니 다행이다. 이제 구상한 대로 팀 켈러 영상을 내려받아 잠깐 살펴보았다. 그래 이건 내일 하면 되지.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커피 한 잔 내린다. 참고로 나는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잠은 잘 잔다. 솔직히 요즘 밤잠이 없긴 하지만. 커피 탓인가?


유튜브 영상 제작은 몇 단계를 거쳐 가며 일한다. 첫째 밑그림 그리기 작업 - 자료를 모으고 읽고 생각하고 정리한다. 둘째 대본 작업 - 어떻게 전달할지 미리 대본을 쓴다. 셋째 영상 촬영 - 대본이 있긴 하지만 대본에서 자유롭게 영상을 촬영하는 게 핵심이다. 넷째 영상 편집 작업 - 영상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까를 고민하면서 작업하는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다.


영상이 제작되면 일단 마음은 후련하다. 만족하지 못해도 이제 다시 손을 대는 건 바보짓이다. 못나도 내 자식이란 말처럼 그냥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영상 업로드한다. 유튜브 영상을 하면서 배운 것은 한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가 분명 있다.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반드시 만족할 만한 영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일을 재미있게 하는 이유는 댓글과 구독과 알림을 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의 유튜버는 "로고스 도서관" https://www.youtube.com/c/LogosLibrary이다. 


대본 작업을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나의 마음을 글로 쓰고 있다. 한 단계를 끝낼 때마다 ‘안식’을 가진다. 마르바 던은 일도 중요하지만 ‘안식’을 격식 있는 의식으로 만들라고 한다. 크든 작든 일을 마쳤을 때 얼마나 기쁜가.

그 기쁨을 증폭시켜야 한다. 먼저 짤막하게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일어나 원두커피를 내린다. 커피는 나에게 주는 큰 상이다. 커피 한 잔을 들고서 생각나는 사람을 잠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가끔 신 목사님을 불러서 함께 수다를 떤다. 남자들의 수다가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이렇게 안식 의식을 거행하면 다시 힘을 얻어 다음 작업을 한다. 나는 한 가지 일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일을 산만하게 벌여 놓는 스타일이다. 데이터베이스 정리, 독서, 독서 요약, 글쓰기, 영상 작업이 주로 하는 일이다. 일을 마칠 때마다 나에게 상을 준다. 커피, 바둑, 10분 이내 짤막한 영상 시청, 산책, 설거지나 청소 등이다.


일과 쉼 중에 나는 일보다 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크 엘룰(Jacques Ellul)은 ‘안식이란 인간이 하는 일이 절대 탁월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음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현대 사회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일의 효율성과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성경은 인간이 하는 일은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솔직히 모든 인간은 대체 가능하다. 그만큼 보잘것없는 게 인간이다. 그런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안식은 '우리가 의지할 분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밖에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안식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자유하고 해방하는 것이다. 안식은 일의 열매와 영광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나의 일을 맡으셨다는 신앙고백에서 나오는 쉼, 여유, 느림, 안식은 축복이다. 어느 순간 나의 인생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빈손으로 서는 그날 참된 안식,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는 그날을 사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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