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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15. 2020

다윗 왕권 이전의 신앙생활

우리는 이스라엘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다윗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를 살펴보면, 다윗 왕권의 시대는 매우 짧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세로부터 다윗 왕권이 시작되는 시기를 생각해보면 대략 400년 정도입니다.

다윗 왕조 역시 대략 400년 정도 됩니다.

그리고 바벨론에 의해 망한 후 예수님이 오시기까지 대략 400년 정도 됩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가장 전성기는 다윗 왕조 시대이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이 이스라엘의 역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출애굽 한 이후 약 400년 기간에 안정적인 정치 제도는 없었습니다.

성전도 없고, 왕도 없고, 선지자도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상상이 됩니까?

이것이 초기 이스라엘의 실상입니다.

그들에게 있다면 오직 한 가지 출애굽 내러티브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어떻게 신앙을 유지하였을까요?

그들이 할 수 있는 신앙생활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출애굽 당시 주어졌던 예전(유월절, 초막절,칠칠절)을 지키면서 후손들에게 출애굽 이야기를 전수하는 것입니다.

출애굽 때 주어진 절기는 이스라엘의 정신을 이어가게 하는 훌륭한 예전이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면서 부모가 들려주는 출애굽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유일한 신앙교육이었습니다.

출애굽 이야기는 그들의 정신세계에 깊이 뿌리를 내렸고, 그들은 모든 것을 출애굽의 빛 아래서 생각하였습니다.


출애굽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출애굽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애굽의 노예들이었습니다.

애굽에서 400년 동안 살면서 알게 모르게 애굽 문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굽의 문화뿐만 아니라 애굽의 정치 제도, 계급 제도에 순응하였습니다.

세상의 권력과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 앞에 힘없는 노예들이 얼마나 큰 수모와 아픔을 겪었는지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그 태생부터 약자들, 천민들, 노예들이 자유를 찾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 공동체의 핵심 주제는 거룩(구별)이었습니다.

그 거룩은 애굽이라는 세상의 체제, 문화, 계급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것입니다. 즉 거룩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제시하는 새로운 대안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을 잘 알아야 했습니다.

애굽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어떻게 약자를 억압하여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어떻게 그 사상을 퍼트리는지를 배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께서 가르치시는 내용이 세상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공동체를 만들라고 주시는 말씀임을 알았습니다.

율법은 하나의 법체계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들이 율법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통해서 생각의 틀을 바꾸었고,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출애굽은 세상이라는 강력한 적대 세력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신앙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은 왕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는 대신 그들의 노예가 되는 시스템을 강력하게 거부하였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터 잡지 않은 산꼭대기에 모여서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예루살렘, 베들레헴 등 이스라엘의 초기 도시는 모두 산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상과 구별되기를 원했고, 세상 풍습을 따르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들의 이상 사회는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여 걸어가던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신앙생활이 성공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초기 여호수아나 몇몇 사사를 중심으로 그러한 가르침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결국 세상과 동화되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그들에게도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400년 동안 그들이 출애굽 내러티브 하나만 가지고 버텨냈습니다.

종교개혁 내러티브를 가지고 500년을 유지해온 현대 교회가 부패하고 타락한 것에 비교하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전도 없고, 리더(왕)도 없고, 선지자도 없이 오직 하나님의 말씀(율법)과 출애굽 내러티브로만 신앙을 유지했던 그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펜데믹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요즘 저는 다윗 왕국 이전의 이스라엘 모습이 참으로 멋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H3Vqzos3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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