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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12. 2015

지조를 지킨 유몽인

독신으로 인도에서 선교 활동하다 이제 은퇴를 앞둔 여자 선교사님을 한 분 알고 있다. 

마더 테레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헌신하고 수고했던 그녀를 괴롭힌 것은 남정네들이었다. 

70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여자라고 남자들이 찝쩍대는 것을 좋게 봐야 할지 나쁘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너털웃음을 웃으시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인조반정을 지지하지 않은 탓에 벼슬을 내놓고 방랑하였던 유몽인이 지은 ‘과부의 노래’가 있다. 

“칠십 먹은 늙은 과부

규방을 지켜 단아하게 사는데 

사람들이 개가(재혼)를 권하며 

무궁화처럼 멋진 남자를 소개했네. 

여사(여인의 역사)의 시를 제법 외웠고 

어진 여인들의 가르침을 배운 몸이 

백발에 젊은 티를 낸다면

분가루가 부끄럽지 않겠소." (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희 저, 푸른역사, 62쪽)


물론 이 시는 유몽인 자신을 빗대어 쓴 시이다. 

권세와 명예가 탐이 나 반정으로 새로 세운 임금 앞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시다. 

결국, 관직에서 물러난 지 5년이 지난 64세의 유몽인은 광해군 복위를 모의했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되었다. 

유몽인(네이버 캐스트에서)

반대편은 가차 없이 숙청하고 몰아세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기러기 떼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정치인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지조를 지키며 사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신념도 사상도 다 버리고 오직 먹고 사는 일에만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가끔 자신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왠지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솟는다. 

사실 그게 너무나 당연한 삶이고 길인데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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