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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22. 2015

사진은 기다림이다.

500년 만에 경복궁 문이 열렸다. 

세계 정상들이 밤에 경회루에서 모임을 한 것을 계기로 일반 시민들에게도 밤에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오픈하였다. 

나도 경복궁을 찾아가 밤하늘에 빛나는 경복궁 사진을 찍었다. 

보통 밝은 낮에 사진을 찍을 때 셔터 스피드는 1/125 초나 혹은 1/250 초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빛을 담는 예술이다. 

빛에 반응하는 감광제를 바른 필름에 빛을 어느 정도 노출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진다.  

낯에 사진을 찍을 때의 속도인 1/250 초로 밤에 사진을 찍으면 하늘은 새까맣게 찍힌다. 

아무리 플래쉬를 터트려도 앞에 선 사람만 환하고 뒤의 배경은 까맣게 된다. 

그러나 야경을 찍을 때 30초의 노출 시간을 주고 사진을 찍으면 하늘은 결코 새까맣게 찍히지 않는다. 

하늘은 더없이 새파란 하늘로 나타난다. 

사진을 모르는 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는지 모른다. 

쉽게 이야기하겠다. 

낮에 셔터 스피드는 1/250초다. 

다시 말하면 1초를 250등분 한 것이다. 

그러니 사진이 얼마나 빠르게 찍히는지. 

흔히들 눈 깜짝할 새라고 말하는데 사진을 찍을 때는 눈깜짝할 새보다 빠르게 찍는다. 

그런데 1/250초를 하루라 생각하면 30초는 얼마일까?

250*30=7,500일이다.   


그러니까 1/250을 하루로 생각하면 30초는 무려 20년이 된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깜깜한 밤하늘과 같다. 

딱 죽을 것 같은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가는 것 같다. 

여기저기 늑대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떼를 지어 울고 있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치고 나가야 할지 갑갑할 따름이다. 

그러나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밤하늘은 결코 깜깜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하루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는 깜깜할는지 모르지만 20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둠 속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밤하늘은 결코 까맣지 않다. 

장시간 노출을 하여 찍은 사진을 보면 밤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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