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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n 25. 2022

갈등을 뛰어넘은 레아와 라헬

야곱의 부인은 레아와 라헬 자매입니다. 야곱의 러브 스토리는 애틋하면서도 흥미진진하기에 많은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또한, 레아와 라헬 자매의 갈등 이야기 역시 보통 인간사가 그러하듯이 갈등 구조를 풀어가기에 좋습니다. 많은 설교자가 이런 흥미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교하고 교훈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창세기는 ‘전통적인 기원 이야기에 대한 신학적인 해석’을 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Wenham, p.40). 휘튼 대학에서 20년간 구약학을 가르친 존 윌튼은, 창세기는 과학이 추구하는 것처럼 물질적, 생물학적, 사실적 기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과 질서에 관한 것으로 하나님께서 우주를 왜 만드셨고, 이 우주(자연)가 어떻게 인간을 위한 집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고 하였습니다(Walton, pp.76-78). 창세기는 우주의 기원, 인간의 기원, 죄의 기원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기원, 열두 지파의 기원도 있습니다.

우리가 열두 지파의 기원 이야기를 다룰 때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레아와 라헬입니다. 열두 지파는 야곱의 후손이지만, 따지고 보면 레아와 라헬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레아와 라헬의 자녀뿐만 아니라 레아의 여종 실바가 낳은 아들 갓과 아셀이 있으며, 라헬의 여종 빌하가 낳은 단과 납달리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12지파는 서자(종의 아들)와 적자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하나님의 언약 백성 공동체로 인정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어가시는 구속사에서 하나님의 백성은 차별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성경은 레아와 라헬의 갈등을 상당히 길게 묘사합니다. 야곱은 라헬을 사랑하였지만, 레아는 외면했습니다. 자매는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서로 질투하고 경쟁하고 자녀 낳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레아는 동생이 남편을 빼앗아 갔다는 피해 의식에 시달렸습니다.

“네가 내 남편을 빼앗은 것이 작은 일이냐?”(창30:5).

라헬은 자녀를 낳지 못하는 것 때문에 고민하면서 레아를 질투했습니다.

“자매의 자식들은 애정 결핍증과 피해 보상 의식의 비극적인 산물이 되었습니다. 야곱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이런 역기능적인 가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항상 있었습니다”(이한영, pp.161-162)

자매의 시기와 질투는 끝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둘은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둘의 갈등은 아름다운 협력 관계의 새 출발로 끝을 맺습니다(이경숙, p.209). 하나님은 삼촌 라반과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야곱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창31:3)

월터 브루그만은 이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부르심(창12:1-3)과 비슷하다고 하였습니다. 야곱은 레아와 라헬에게 하나님의 약속이 지금까지 이루어졌음을 회상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하나님의 인도 하심을 언급합니다(창31:5,7,9)(Brueggemann, p.386). 이때 레아와 라헬은 야곱과 뜻을 같이하였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갈등 없이 야곱과 함께 가는 것을 기뻐하였습니다(Karssen, p.54).


지금까지 안정된 삶을 살았던 터전을 떠나 이주자로서 사는 것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섬겼던 우상을 버리고 이제 야곱과 함께 하나님을 믿고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라헬은 라반에게서 드라빔을 훔침으로 아버지에 대한 거부와 비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라헬이 드라빔을 깔고 앉았다는 사실은 그들이 그동안 섬겼던 우상을 비웃는 것이며, 이제는 하나님을 따르는 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이경숙, p.209).


이스라엘이 라헬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라헬 이야기는 끊임없이 전해 왔습니다(김용일, p.13). 사울은 왕이 되자마자 라헬의 묘지를 방문하였습니다. 예레미야서에는 라헬의 통곡을 언급하였고, 룻기 4장 11절에선 레아와 라헬이 이스라엘의 집을 세웠다고 하였습니다.


레아와 라헬뿐만 아니라 야곱의 12 아들에게는 분명 갈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갈등을 뛰어넘는 여호와 하나님 신앙이 있습니다. 그 신앙 때문에 서로 성격도 다르고, 계급도 다르고, 어머니도 다르고, 갈등과 싸움이 있지만, 서로 하나 되어 연대하고 힘을 모아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색갈이 같고, 신학이 같고, 교파가 같고 믿음이 같아야 하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호와 신앙은 모든 구별과 차별과 다름을 뛰어넘어 하나 되므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갑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하나님 백성 공동체는 바로 그런 공동체입니다. 다름을 하나로 엮어낼 줄 아는 공동체입니다. 레아와 라헬 이야기는 다름에서 오는 갈등과 차별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언약백성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참고도서

Brueggemann Walter, Genesis interpretation(현대성서주석 창세기), 한국장로교출판사, 2000.

Karssen Gien, Her Name is Woman vol I(믿음의 여인들 1), 양은순 옮김, 생명의 말씀사, 1991.

Walton H. John, The Lost World of Adam and Eve(아담과 하와의 잃어버린 세계), 김광남 옮김, 새물결플러스, 2018.

Wenham J. Gordon, Exploring the Old Testament volume I The Pentateuch(모세오경), 박대영 옮김, 성서유니온, 2013. 

이한영, 명자 누나, 두란노, 2018.

김용일, ‘이스라엘 가문을 세운 레아와 라헬’ 한국사회과학연구 23(2), 2004.12, 173-189(17page). 계명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이경숙, ‘이스라엘 집을 세운 라헬과 레아’, 기독교사상 37(3) 1993.3, 204-211(8page).대한기독교서회

https://youtu.be/Hw-RP5Zq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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