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황금가지(2009)
"광범위한 영향력, 광범위한 대중들을 상대로. 그 때문에 모든 것은 갈수록 단순해졌네. 한때는 책이란 것도 이곳저곳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받았지. 경제적인 부담이 적기도 하고. 세상은 아직 여러 모로 여유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갈수록 인구가 늘고, 대중의 규모도 커지고, 따라서 대중매체도 변화하기 시작했네. 영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잡지, 그리고 책들이 점점 단순하고 말초적으로 일회용 비슷하게 전락하기 시작했네.
잡지? 칼럼 하나, 문장 두 줄, 됐어, 한 줄 짜리 헤드라인, 끝! 그러고는 허공으로 죄다 사라져버리는 거야. 이기적인 출판업자들의 손이 결국은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망가뜨려놓는 거지. 방송인들? 재미없는 건 죄다 내팽개쳐 버리는 거야. '왜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그러면서
학교 교육도 단순해져 갔지. 규율은 단순해지고 철학과 역사와 언어는 비참하게 몰락하고 영어의 철자법은 갈수록 변질되어 갔지. 마침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탈바꿈했네. 인생은 말초적이고 단순한 것으로, 일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후딱 일을 끝내고나면 그때부터 마냥 놀고 즐기는 시간이 시작되는 거지. 단추만 누르면, 스위치만 잡아당기면 나사만 조이면 그만인데 그 밖에 뭘 더 배우고 일을 한단 말야?" (93쪽)
"우리 전부가 똑같은 인간이 되어야 했거든. 헌법에도 나와 있듯 사람들은 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는 거지. 그리고 또 사람들은 전부 똑같은 인간이 되도록 길들여지지. 우린 모두 서로의 거울이야. 그렇게 되면 행복해지는 거지. (...) 열등한 인간이 된다는 두려움, 그 타당하고 정당한 두려움에 초점을 맞춘 거지." (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