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마크툽 <시작의 아이>
https://youtu.be/3XDf5Ke2Zj8?si=-OnR2BQR-QgHDvj9
마크툽이 유튜브(빅페이스 채널)에서 밝힌 아이의 뜻
1. (한국어) 어린 아이
2. (중국어, 일본어) 사랑
3. (영어) eye : 눈을 뜨다 즉 시작하다 → start / 시를 짓다 → 나한테 시를 짓게 만든 아이를 위한 노래
"결론적으로 중의적인 말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받아들여지는 대로가 정답이다"
그래서 나도 나만의 <시작의 아이>의 해석을 시작한다.
퇴근길에 펑펑 울게 한, 앞으로 들을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게 할 노래.
한 편의 이야기가 아닌, 그저 감각과 나의 조각들로 끼워 맞추는 그런 얼룩덜룩한 눈물을 이 곳에 남긴다.
*아빠는 Coldplay의 <yellow>
(노래 가사는 엄마랑 어울리는 색깔로 표시했슴다.)
존재하는 이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
그리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바람아 불어라
달을 찾는 이유, 예쁜 건 언제 봐도 좋으니
나는 세계의 시계를 부수고 너에게 닿는다
내가 느꼈던 가장 위험한 감정은 공허함이다.
, 나라는 존재의 무가치함
, 존재의 이유가 없는 존재함
, 존재도 부재도 내 바깥의 세계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존재하는 이유를 찾는다는 건 세계와 인류를 관통할 진리를 찾겠다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고 안타까운 인간의 굴레인데, 노래는 바로 그 멍에를 잠시나마 내려놓고 그저 이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는 숨을 불어 넣으며 우리를 시작으로 이끈다. 아무리 엉망진창이었던 과거여도 시작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희망과 기대로 힘을 주니까. 무수한 실패와 자절을 위로하는 건 모순적이게도 또 다른 시작이니까.
아름다움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설명이 필요없는 마음의 울림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희미한 기억뿐이라도 아름다움은 설명할 수 없는 감각으로 남아 언제든 마음 속에 피어나 바로 그 때 그 울림을 전하고 그 때의 당신에게, 당신을 보는 나에게 닿게 한다.
너와 함께 바라본 붕괴하는 세상의 반짝임을
그 찰나를 별의 시작이라고 부를 거야
시간의 중력으로는 우리의 모든 이야기를
따라잡을 수 없을 테니까
붕괴하는 세상의 반짝임, 파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언젠가 꼭 글을 쓰고 싶다. 그건 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의 시작들의 대부분은 엄마와 함께 했는데 그 중에서도 나라는 존재의, 가장 처음이자 근본이 되는 시작을 엄마와 함께 하지 않았는가. 자기파괴적이자 희생이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 되었던 바로 그 때부터 우리가 나눈 너무나 많은 것들, 말, 기쁨, 실패, 좌절, 걱정, 불안, 체온과 감촉까지, 그건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의 시간을 다해도 설명할 수 없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하나의 우주다.
시작의 푸름에, 모든 이름에
니가 새겨져 있을 뿐
낮과 밤을 지나 새벽 속에도 잠들지 않는 아이, 아이야
열 번의 기적처럼 널 가득 안은 채
그대로 멈춰라,
내 하루에 번져가는 시작의 너
시작은 푸르다.
처음의 풋풋함이
하늘과 바다처럼 광활한 미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그 속으로 나아갈(날아갈) 나의 자유로움이.
그리고 그런 나의 시작들을,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낮과 밤과 잠들지 못하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엄마의 나를 향한 사랑이 있다. 그런 사랑을 느끼는 나의 마음도 사랑이다.
유래가 성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 번이나 되는 기적은 정말, 정말 불가능한 것이다. 이 말도 안되게 힘든 세상을 나를 위해 아름답게 만드는 엄마의 기적같은 사랑처럼. 그저 나를 안은 것만으로, 나라는 이유만으로 삶이라는 억겁의 고통을 내가 모르게 감추어내는 사랑이라는 기적.
달이 예쁘다고 네(내)게 말해줬던 그 밤은
너무 뜨겁지도 아쉽지도 않은 고요함이었지
너를 찾은 이유,
어쩌면 찾지 않았을지도
사실 언제 만났어도 지금처럼 너를 좋아했을 거야
너와 함께 바라본 마주하는 눈빛의 반짝임을
그 찰나를 시작의 별이라고 부를 거야
처음 느낌 그대로 우리의 모든 이야기를
완성해 낼 수 있을 테니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건 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은 아름다울 것 없는 무채색의 세상에 색을 더해준다. 아무런 이유 없는 세상에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다. 아름다움은 사랑으로부터 나왔으며 다시 사랑이 된다. 달의 예쁨을 알려주는 건 사랑을 전하는 일이며, 엄마와 나 사이에 사랑을 전하는 순간들은 다른 관계와 달리 끝이 없는 완전함에 되려 고요할 수 있다. 언제나 그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기에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엄마는 나를, 나는 엄마를 선택할 수 없었지만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이든 우리에게 주어진 시작의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를 지금처럼 사랑했을 것이다. 처음 눈을 마주했을 때부터 당신으로 하여금 시작된 내가, 나로 하여금 새롭게 시작된 당신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특별하고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남아 '사랑'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더 이상 표현할 것도 없는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이미 완성됐던 것이다.
시작의 푸름에, 모든 이름에
네가 새겨져 있을 뿐
낮과 밤을 지나 새벽 속에도 잠들지 않는 아이, 아이야
백야의 하늘 아래 널 가득 안은 채
그대로 멈춰라,
내 하루에 번져가는 시작의 너
숨 쉴 수 있는 순간에 한 번 더 너를 안고
그 품이 그리워 미래에 더 아파할 거야
언젠가 시간보다 늦었던 마음이 밉지 않도록
천 개의 바람으로 날아가 흩어지기 전에
결국 이 세상에 남겨질 것은 나인 걸 알지만 이 세상에 날 남기고 갈 수 밖에 없는 엄마의 그리움이 나보다 덜하진 않겠지. 그리움이 아픔이 될 거라는 걸 아니까 숨 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안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아본다. 그런데 이 품이 다시 그리움으로 바뀌며 또 다시 아파지는 해결할 길 없는 침몰이 된다. 그 순간에도 흘러가는 우리의 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게 하는 이 불안한 마음을 미워하지 않도록 바람에 맡겨 놓아주어야 한다. 바람에 흘려 보내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안아주는 것 뿐임을 다시금 발견하는 것이다.
내 모든 이름에, 꿈의 흐름에
니가 새겨져 있는 걸
숨과 바람 사이 영원 속에도
잠들지 않는 아이, 아이야
만 개의 계절 속에
태어나는 시작의 푸름으로 부르는 노래
널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야
숨 쉴 수 있는 순간에 한 번 더 너를 안고
그 품이 그리워 더 아파할 거야
나의 모든 것에, 내가 꿈꾸는 것들에조차 알게 모르게 엄마가 새겨져있고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의 모든 것에도 내가 새겨졌을 테니 우리는 생명의 활동인 가장 근본적인 숨 하나 하나 사이에도 사랑을 놓은 적이 없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인생의 장면들이 반복되며 인생의 반짝임들이 퇴색되는데 우리의 서로를 향한 사랑은 처음 눈을 마주친 순간처럼, 모든 순간의 시작처럼 가장 순수한 광휘여서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것인지, 매 순간 새롭게 시작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또 다시 맞닥뜨린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은 바람에 담아 보내주고 지금은 그저 사랑을 전한다. 내게 아름다움을 알려준 당신에게 나 역시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 품을 맞대며 안아주고 싶다.
노화로 인한 시술, 그러니까 너무 늦진 않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놓여진 엄마는 새삼 다가오는 죽음의 무게를 느낀 것 같았다. 불안한데 도망칠 곳도, 피할 곳도 없는 내 앞에 놓여진 단 하나의 길이 발목에 족쇄처럼 달린 기분일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주제에 수화기 너머의 미묘한 떨림을 느껴 엄마보다 내가 더 불안하다고 울어버린 나는 7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가뜩이나 힘든 엄마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어린 아이다. 이 노래는 그리움조차 사랑이며 사랑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반짝임으로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거라는 위로를 전하지만 아직은 내 안에 나를 향한 사랑이 자리잡지 못했다. 나에게 <사랑의 아이>는 엄마를 잃는 것이 두려운 어린 아이의 사랑이다. 엄마가 많이 보고싶은 밤이다. 내일은 퉁퉁 부어서 출근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