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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Jul 22. 2020

1인 기업의 직원

직원은 어떤 존재인가?




혼자서 시작한 자영업자에게 직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함께 성장하는 동료이면서 강력한 환경설정이기도 하고 사업을 더 크게 키우는데 필요한 요소이기도하다.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생각해보자.




꽃게처럼 키워야 해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사업이 커지는 게 꽃게가 커지는 거랑 똑같아" 응? 꽃게?? 바로 꽃게가 껍질 속에서 살이 꽉 차고 껍질이 작아지면 허물을 벗고 (탈피) 덩치를 키우듯이 사업이 가득 채워졌을 때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집에서 시작한 일이 집이 좁아지면 사무실을 얻고, 일이 눈에 보이는데 시간이 없으면 그땐 사람을 쓸 차례라는 말이다. 내가 사무실을 얻은 때는 딱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식탁에 노트북 하나 놓고 시작한 일은 작은방 한 칸으로 옮겨지고, 업소용 냉장고를 들이고, 더 큰 냉장고를 하나 더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사무실을 구했다. 하지만 직원을 고용하는 일은 섣부른 감이 있었다.



의지박약의 환경설정

일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플리마켓이 있는 날 아침에는 아이들의 등원을 맡아 주는 사람이 있었다.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고 있는 아는 언니였는데 마침 그 집 아이들의 등원 시간도 비슷해서 흔쾌히 맡아 주었다. 구두로 시급 계약을 하고 아이들을 맡겼었는데 어느 날 언니가 마켓에 나와서 바쁘게 판매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같이 마켓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나 혼자서 마켓 나가는 것이 버거워질 즘 나는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처음엔 마켓만 같이 나가며 시급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출퇴근 시간을 정해 월급제로 하자고 제안했다. 책임감을 주고 나도 책임감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 언니는 나와 다르게 손이 빠른 사람이었고, 경리 일을 오래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게 생업이 아닌 이 일은 의욕적으로 시작을 했을 때와 달리 지쳐가면서 지속할 수 있는 환경설정이 필요했다.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이 '직원'이라는 장치였고 그것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함께 일하는 한 사람이 생기면서 당시 전혀 없던 고정비(집에서 하니까)가 생기니까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었고 또, 누군가 지켜보는 눈이 생기니 열심히 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공고를 내고 채용을 하려고 했어도 사무실이 없던 나에게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다. 재택근무도 아니고 체계도 잡히지 않은 일을 남의 '집'에서 하려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언니는 이미 내가 어떻게 어떤 일을 하는지 곁에서 보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함께 열심히 일했고 매출이 늘면서 사무실을 얻었다. 출근시간 1분이면 되는 직장이 15분으로 멀어지는 언니는 아쉬워했지만 사무실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때부터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함께 일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본전 생각이 났다. 근태관리라는 것이 필요치 않던 집에서 할 때와는 달리 지각과 결근이 잦았고,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단점들이 보이면서 서로 힘들어지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업무분장도 만들어 보고, 아침에는 무조건 회의 시간으로 정해 보기도 하고, 복지 체계도 더 좋게 만들었지만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했던 탓에 결국 시급제로 다시 계약서를 써야만 했다.



만능은 허구

처음 내가 '집'에서 할 그 당시는 굳이 채용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환경 설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떤 역할을 했든 '함께' 여기까지 키워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보다 더 좋은 관계로 이끌어 가고 싶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 일 수도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가까운 직장이었고(지금도 가깝긴 하다), 마켓에 나가는 것은 재밌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하기 좋은 시간 조건과 월급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직장이다. 하지만 직원은 내가 원하는 바를 준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이것을 알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돌아온 것 같다.



나는 내가 재능이 많아서 혼자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업을 운영하는 수많은 요소들 중 그에 잘 맞는 사람을 고용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이끌어 가는 것이 능력이다. 여전히 이 일이 생업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한 지점으로 봤을 때 자아실현의 시발임은 분명하다. 꽃게가 몸집을 키우는 것처럼 일이 더 많아지고 다 쳐내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나와 혹은 이 일과 결이 잘 맞는 사람을 고용할 것이고, 그런 사람이 올만한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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