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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18. 2020

호구지책 Vs 자아실현




자신의 일을 호구지책으로 받아들일지, 자아실현으로 받아들일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다시 말해 '밥벌이' 혹은 '용돈벌이'로 만들지, 나의 '사명을 완수하는 과정'으로 또는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일하는 '가치 창출의 장'으로 만들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내가 만약 직장인이라면 이것은 내가 속한 조직의 리더의 역할도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 혼자 일하고 스스로 일을 만드는 자영업자이다. 그래서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처음에 나는 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일과 가사와 육아의 경계가 너무나 모호했고 나도 워라밸이라는 것을 균형 있게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을 내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했다. 그러나 막상 사무실을 내고 나니 공간의 제약은 해결이 되었지만 워라밸은 오간데 없고, 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상황이 되어 에너지 소모가 더 커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상황에 만족한다. 공간이 분리되면서 나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는 일이 우선이고, 집에서는 아이들이 우선이다. 그렇게 분리된 나의 일은 차츰 내가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사명을 완수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시간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의 좋은 자양분이 된다. 열매를 얻으려면 먼저 씨앗을 심어야 한다. 씨앗을 심기 전에는 미리 밭을 갈아야 하고, 갈아 놓은 밭에는 좋은 거름을 묻어야 한다. 지금 나는 밭을 갈고 있는 시기이다. 작고 영세한 간이과세자로 법인을 낼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공부를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 스스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 나도 힘차게 달려갈 수 있도록 미리 밭을 갈고 돌을 고르는 시기인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경단녀가 되는 이 사회의 굴레 속에서 나는 결혼 전 내 속에 수 많던 내가 다 사라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열심히 달리면서 이제는 내 이름 세 글자를 자주 느끼며 내가 나라는 것을 다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상상하며 만들어 가는 중이다. 


나의 일은 분명 가계에 도움이 되고 있고, 그로 인해 좀 더 편안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일을 그저 반찬 값이나 버는 일로 보는 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호구지책으로 일하는 그대와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내가 13년 뒤에 어디에 있는지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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