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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10. 2020

멀티태스킹의 허상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는 착각


멀티태스킹의 천재

나는 멀티태스킹의 천재다. 일을 하면서 애들을 보고, 밥을 먹으면서 전산 작업을 하며, 강연을 들으면서 택배를 싼다. 왜냐하면 나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워킹맘이기 때문이다. 워킹맘이 아니어도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면 늘 시간이 없고 바쁠 것이다. 그래서 멀티태스킹에 능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몇 달전까지만 해도 나는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여러 강연들을 들으면서 일을 했다. 물론 고객들에게 전할 글 쓰거나 온라인상으로 응대할 때는 들을 수가 없고, 툴이 정해진 주문서를 정리하거나, 택배를 포장할 때 주로 유튜브를 틀어 놓았다.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에너지 쏟는 시간과 비교하면 그건 하나의 힐링 시간이었고, 어차피 손이 일하는 것이니 나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큰 착각이었다.

유튜브 네 이놈

얼마 전 여러 상황으로 인해 '특별히 많은 양'의 택배를 '혼자' 포장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틀지 않고 택배 작업을 했다. 오픈이래 하루에 나가는 물량 중 가장 많은 물량이 나갔고, 택배가 도착하는 날  늘 그렇듯 전화가 많이 오겠구나 하면서 기다렸다. 주로 오배송 클레임이 이날 들어오기 때문이다. 선택한 옵션과 다른 상품이 배송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날 클레임 전화가 딱 한 통이 왔다. 그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클레임 전화가 안 왔다. 오배송 사고가 딱 한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뭔가 어리둥절했고 운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가 범인이었던 것이다.(아니, 유튜브를 틀어놓은 내가) 주의 산만은 일의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생산성을 저하한다.  그러니 항상 손이 느리고 너무 많은 오배송 사고가 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비용으로 이어지니 원래 사업이란 그런 거지 하며 주머니에 구멍 난 것처럼 돈이 줄줄 새는 줄도 모르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일을 하며 뿌듯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OMG)

멀티태스킹은 원래 컴퓨터의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이미 오래전 여러 실험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우리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 뇌에서는 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일에 왔다 갔다 하면서 처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 깊게 들어가 전에 빠져나와 짧게 그리고 얕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주의가 산만해진다. 주의 산만은 곧 사고로 이어지고, 사고는 곧 비용으로 처리된다. 

멀티태스킹이 생산성을 떨어트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멀티태스킹을 하면 뭔가 생동감이 느껴지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 착각에 중독되어서 전혀 실천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건 정말 중독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마치 내가 시간을 가득 채워서 쓰고 있다는 느낌.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고, 시간은 그 순간 내 손과 눈이 하고 있는 그 일에 가득 채워서 써야 한다. 내가 하는 실수가 곧 비용인 자영업자라면 더더욱 더 그래야만 한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부터 나에게 멀티태스킹은 없다. 물론 지금까지 오랫동안 중독되어 있던 일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하며 보는 유튜브가 내 손실과 비용으로 연결된다는 것만 잊지 않은 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실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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