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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06. 2020

삼겹살이 금겹살이 된 이유

돼지 뱃살을 먹는 동양의 이상한 나라


며칠 전 지인에게 유튜브 링크를 하나 받았다. 'What the health'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는데 내용은 우리가 왜 고기를 이토록 많이 소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채식의 장점을 어필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고 나니 도축 장면과 동물의 시체를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 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에게 '육식의 반란'이라는 다큐시리즈를 안내했고 나는 그 5부작의 시리즈를 정주행하고 말았다.


귀가 습자지처럼 얇디얇은 나는 (배경지식이 없어서 더) 자극적인 영상과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고발하는 내용에 쉽게 설득된다. 그리고 몇 달 전부터 건강식단에 관심을 갖고 바뀌어가는 몸을 체험중 이라서 그런지 이 다큐들은 나에게 더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가축의 사육이 공장화 되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이 동물 복지에 해가 된다는 것과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금의 치맥이나 삼겹살에 소주는 포기할 수가 없다. 지구환경과 동물 복지는 지금 당장 내게 피부로 와 닿지 않지만 치맥과 삼겹살에 소주는 당장 나를 기쁘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삼겹살은 다른 나라에서는 돼지를 도축한 후 버려지는 부위이다. 왜냐하면 고기보다 기름이 더 많아서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 중 가장 비싸게 팔리는 부위가 삼겹살이고 국내 수급량이 모자라서 수입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삼겹살을 사랑하게 된 것일까?




일본의 돼지고기 소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토양과 수질오염을 염려해 돼지를 직접 키우지 않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나라 중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되었는데 주로 수출하는 부위는 돈가스 용인 등심과 안심 그리고 햄용 뒷다리이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기름기가 많은 뱃살 부위가 남는데 그 부위가 바로 삼겹살이 된다.


그렇게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수출되는 부위를 제외하고 남은 삼겹살은 처분을 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시작된 삼겹살 마케팅은 삼겹살 소비 촉진 운동이라는 이름 하에 3월 3일을 삼겹살을 먹는 33 데이로 만들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는 말도 만들었다. 거기에 휴대용 가스버너가 보급되면서 나들이 메뉴로 삼겹살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고, 결정적으로 IMF 외환 위기가 닥치면서 갈 곳 없는 은퇴자금이 삼겹살 프랜차이즈 확산에 기여하면서 삼겹살의 수요는 폭발했다.  


하지만 2000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돼지고기의 수출길은 막혀버렸고 수출되지 못하는 부위들은 재고로 쌓여가다가 결국은 폐기되었다. 국내에서는 오직 삼겹살만 팔려나가고 다른 부위는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다양한 부위의 모든 값을 삼겹살이 감당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삼겹살은 등심이나 안심 다릿살에 비해 몇 배가 넘는 가격이 형성되었고 우리는 삼겹살에 다른 부위의 값까지 얹어서 비싼 값에 사 먹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연간 20만 톤의 삼겹살을 수입해오고 있다. 남아도는 돼지 뱃살 처분으로 시작된 삼겹살 마케팅은 전 세계의 돼지 뱃살의 긁어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기름이 너무 많아 고기 취급을 못 받는 돼지 삼겹살. 하지만 고소하고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이 익숙한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삼겹살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최근 한돈 협회에서는 삼겹살만 소비되는 것이 축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돼지 한 마리를 통 소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작은 실천으로 삼겹살 대신 뒷다리살로 수육을 해서 더 푸짐하게 먹어 봐야겠다.




 What the health >> https://www.youtube.com/watch?v=GN9-_kWTmrc

[육식의 반란] 검은 삼겹살1 >> https://www.youtube.com/watch?v=gWq0jz-09lM&list=PLJYpyRVjL2kJJdcMmdl-_Zvpm-ig967q9&index=5

[육식의 반란] 검은 삼겹살 2 >> https://www.youtube.com/watch?v=r6UIZmnmqJw&list=PLJYpyRVjL2kJJdcMmdl-_Zvpm-ig967q9&index=4

[육식의 반란] 분뇨사슬 >> https://www.youtube.com/watch?v=VlBmEiqaGSg&list=PLJYpyRVjL2kJJdcMmdl-_Zvpm-ig967q9&index=3

[육식의 반란] 팝콘 치킨의 고백 >> https://www.youtube.com/watch?v=qtkqhUonajU&list=PLJYpyRVjL2kJJdcMmdl-_Zvpm-ig967q9&index=2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 >>  https://www.youtube.com/watch?v=IgLfu6-8zW4&list=PLJYpyRVjL2kJJdcMmdl-_Zvpm-ig967q9&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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