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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11. 2020

휘발되는 생각을 붙잡는 법

기록의 쓸모 : 마케터의 영감노트



한창 마케팅을 공부하던 지난달. 눈에 띄는 표지의 책을 만났다. 파란색 바탕에 모나미 153이 그려져 있었던 그 책은 마케팅 서로 분류되어 있었다. 마케터의 영감노트라는 부제도 썩 마음에 들었다. 마케터라는 매력적인 직업에 호기심이 일었고 그 영감노트를 나도 훔쳐보고 싶은 마음에 주문하기 버튼을 눌렀다.


건축가에게 설계도가 있다면 마케터인 제 손에는 언제나 노트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서 읽고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는 일, 즉 '생각의 작업'을 노트에 기록했습니다. 또는 낯선 것에 눈이 한참 머무를 때, 기분이 이상할 때, 좋은 글을 읽었을 때, 쓰고 싶은 글이 있을 때, 기획하는 순간의 기분과 감정,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적었습니다.
(중략) 
네, 저의 기록들은 무쓸모의 수집이자 '쓸모의 재발견'입니다. 다른 이들에겐 쓸데없어 보일지라도 제게 감동을 주는 것들을 잘 수집해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 믿거든요. 

- 기록의 쓸모 p.12-13


나는 한 달간 매일 글을 쓰고 (하루씩 빠트리는 날도 있지만) 보름을 쉰다음 다시 한 달간 글을 쓰는 루틴을 유지한 지 몇 달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내게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소재의 고갈' 도 한몫을 하는데 매일 글을 쓰려고 하면 글을 쓸 주제나 그 주제에 맞는 소재가 필요하고 그 소재는 일상에서 수집할 필요가 있다. 오늘처럼 읽었던 책이라든가, 경험, 생각 등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보고 듣는 모든 것들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어디에다가 수집해야 할까? 나는 이제껏 그냥 내 머릿속에서만 모아 왔다. 하루를 보내며 오늘은 이걸 쓰면 되겠구나 하는 정도? 그렇다 보니 어떨 때는 빈 화면을 켜놓고 아 아까 쓸려고 생각한 게 뭐였더라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영감노트'를 보면서 아, 이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감노트'는 작은 노트에 매일 영감을 주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말한다. 저자인 이승희 님의 표현을 빌자면 주변에서 눈에 띈 영감이 될 만한 것들을 '마구' 적는 것이다. 그렇게 놓치지 않고 마구 적어 놓으면 글을 쓸 때 그 노트를 뒤적이면 충분히 소재가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승희 님의 기록은 영감노트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장 최초의 기록이라고 하는 업무일지부터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구글 문서, 여행노트와 카메라까지 용도에 맞게 기록하고 그 기록들을 아카이빙 한다. 어찌 보면 평범한 매일의 기록들이 쌓이고 정리되면서 비범함을 만들어 냈고, 그 사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책은 기록의 방법과 영감을 준 기록들이 가득 담겨 있다. 정말 흥미롭고 기발한 것들을 탐닉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나는 이미 이승희 님의 대부분의 계정을 팔로우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사람 정말 가식이라고는 1도 없는 멋진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기록은 달리기 같다. 꾸준히 할수록 근력이 붙어 '기록형 인간'이 된다. 기록을 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나를 객관화'하는 시간이 생겼고 '(전보다) 성실한 태도'를 갖게 되었으며 '효율적인 시간관리'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소한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아 내 일에 활용할 자산이 많아졌다.

-기록의 쓸모 p.191


기록의 쓸모는 결국 나의 쓸모를 찾는 일이다. 그 시작이 비록 매일 글을 쓰기 위해 소재를 찾는 작은 메모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이 쌓이고 쌓여 나의 역사가 되고 그렇게 나도 기록형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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