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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14. 2020

엄마 빨리빨리

엄마 취향을 아는 딸





밀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급히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엄마~~!"

"엄마, 빨리빨리~"


오빠랑 자전거를 탄다며 나간 7살 딸아이의 목소리였다. 신나는 목소리인 것을 보니 급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엄마 빨리 와봐 엄마가 엄청 좋아할 거 있어! 엄청 예뻐! 핑크색이야!"


나를 재촉하는 딸아이의 작은 손에 이끌려 집 밖으로 나갔다. 저 거봐! 하는 손끝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옅어진 하늘색에 핑크색 구름이 떠있었다. 우와! 파스텔색으로 물든 하늘이 너무 예뻤다.

"엄마, 진짜 예쁘지? 엄마가 젤 좋아하는 노을이잖아!"

"응, 진짜네~ 너무 예쁘다!"


정말 핑크색이다!


어떻게 안걸까? 내가 노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던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엉키는 사이 아이는 더 넓은 하늘이 보이는 집 뒤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딸, 엄마 노을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어? 엄마 원래 노을 좋아하잖아!"


내가 #노을성애자 라는 해시태그를 하면서 인스타그램에 노을 사진을 가끔 올리기는 하지만 그것을 딸이 봤을 리는 없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냥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걸까? 언젠가 여행지에서 노을을 함께 보며 감탄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알게 된 걸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오늘 노을은 정말 멋졌다.


정말 멋졌던 오늘의 노을


자주 나무라고,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은데 노을이 멋지다고 엄마를 떠올리고 엄마를 데리러 온 아이가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오늘 하루 종일 복잡했던 나의 마음이 찰나의 순간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 노을도 딸아이의 마음도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내일은 다른 일 제쳐두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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