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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13. 2020

달리기의 매력 (2)

런(닝 어)린이의 달리기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rothy33/22


숨어있던 복병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허리가 아팠다. 오래 운동을 하던 친구는 배에 힘을 어느 정도 주고 바른 자세로 달려야 한다고 했고, 또 어떤 친구는 러닝화를 사야 한다고 했다. 또 어떤 친구는 달리기란 원래 허리가 아픈 것이라고도 했다.(이 말은 처음엔 정말 그런 건가 했는데 이건 아니라고 확신한다.) 원래 내가 신고 달리던 신발은 급하게 한라산 등반을 위해 마트에서 산 아식스 워킹화였다. 한라산을 오르면서도 허리가 아팠는데 달릴 때도 아픈걸 보니 나랑 안 맞는 신발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벼르던 러닝화를 샀다. 모양새도 예쁘고 쿠셔닝이 좋다는 말에 인터넷을 뒤져 주문한 나이키 조이라이드는 다행히 사이즈도 딱 좋고 착화감도 좋았다. 그리고 복근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고 달리려고 애썼다. 시간이 흐른 뒤 더 이상 허리가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매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달리려 애쓰고 틈이 나면 달렸다. 나이키 러닝 앱(NRC) 코칭 프로그램을 따라 하다가 '러닝 시작'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어 그 어플에서 시키는 대로 매일 조금씩 달리는 시간을 늘려갔다. 그렇게 조금씩 늘려가며 7분을 쉬지 않고 달리게 되었을 때 복병이 나타났다.


달리기를 마치고 걸으면 정강이에서 불이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뜨겁고 찌릿한 느낌. 손으로 살짝만 만져도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달리지 않을 때 더 많이 아팠다. 그 복명의 이름은 '신스플린트'였다.


신스플린트 (shin splint)

신스플린트란 정강이 뼈를 감싸고 있는 경골 막이 뼈에서 벗기지면서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이다. 이것은 달릴 때 장딴지 근육이 수축을 하면서 경골 막을 들어 올리게 되는데 이 동작이 반복되면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박리되는 것이다. 근력이 버틸 수 있는 힘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하게 되는 오버트레이닝의 결과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2주간 달리기 '금지'라는 처방을 내렸고 쉬는 2주간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소염제도 처방받았다.


이제 막 맛들 린 달리기를 하지 말라니 정말 절망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괜찮겠지 하고 달렸다가는 휴식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코멘트를 듣고는 꾹 참고 2주간의 휴식을 채우자 다짐하며 휴식기를 가졌다.


신스플린트는 초보자가 자신의 몸이 해낼 수 있는 것과 해낼 수 없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달리는 수준을 높이거나 무리하게 달리는 경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즉, 7분 연속 달리기는 아직 내 몸에 무리인 운동이었던 것이다. 겨우 7분이 나에게 무리라니... 체력이 어디까지 떨어져 있는 것인지 좌절감이 들었다. 하지만 2주 후에는 회복할 것이고 다시 처음부터 달릴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런데이 (Runday)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한 작가님께서 러닝 앱을 소개해 주셨다. '런데이'라는 어플이었다. 소개받은 당시에는 '러닝 시작' 어플에서 코칭해주는 대로 하고 있던 때라 하던 프로그램을 마치면 '런데이'를 써볼 참이었다. 그런데 부상으로 달리기를 멈추게 되었고 새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런데이'로 갈아타기로 했다.


무료 어플이 다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런데이'는 다른 어플에 비하면 프리미엄 급이었다. 보통은 걷는 타이밍과 뛰는 타이밍만 알림음으로 알려주는데 이 어플은 훈내 나는 음성으로 코칭을 해주었다. 매 세션마다 다른 주제로 달리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데 달리면서 듣기 편한 강의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정말 잘했다 대단하다 칭찬을 해주고 힘내라 하는 응원 해주는데 나도 모르게 달리다가 히죽히죽 웃기도 했다.  



곧 러너

아직은 런린이(러닝 어린이)지만 러너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일 달리고,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의 정체성에 '러너'가 추가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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