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금일 축구 동호회에서)
금일 축구팀에서의 일이다.
오늘은 인원이 많아서 쿼터별로 쉬어야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나도 쉬고 있었다.
A 형님이 물었다.
'성호는 들어갔나?'
난 재빨리 성호 형님의 차가 아직도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대로 있었다.
'(집으로) 안들어 가셨는데요. 차가 그대로 있네요.'
그러자 B 형님이 빙그레 웃더니
'아니, 이번 쿼터에 공차러 들어갔냐고
물어보시는 거잖아.
저기 지금 공을 잡은 사람이 성호 형님이구만.'
참으로 큰일이다.
아내 말대로 진짜 순간순간의 이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슬프다.
하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제 엄마한테 걱정스러운 얼굴로,
"엄마, 학교에 짜장면을 어떻게 싸가요?"
하더란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엄마에게 이 녀석이 한 말은
"다음 주부터 학교 식당을 수리한다고,
집에서 중식을 가져오래요."
이 녀석이 또 하루는,
"엄마, 선생님이 내일 총 가져오래요.
빨리 사러가요."
하더란다. 또 한 번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엄마에게 이 녀석 왈,
"내일은 총 연습할꺼니까,
준비를 잘 해오랬어요."
이 녀석은 가을 운동회 준비로 매일 방과 후 연습 중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엄마의 이어지는 말이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애한테 놀림을 당한 것 같아요.
사실은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 편해요.
설마 우리 아들 이해력이...."
동료 과장에게 들은 얘기이다. 나중에는 사내에 다 퍼졌다.
대리 하나가 심각한 얼굴로 담당 과장을 찾아와서,
"과장님, 저 어쩌면 퇴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깜짝 놀란 과장이
"왜? 갑자기 무슨 일이야?"
대리 왈,
"우리 사업부가 수원에서 여기 천안으로 내려올
때도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만둘까 말까를.
근데 좀 있으면 양산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제가 거기까지 따라가기는 좀 ..."
그 말을 듣던 과장은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 사업부가 개발하던 상품은 PDP (TV) 였는데, 수원의 연구소 시절을 거쳐 천안에서 사업부로 변신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 제품의 상품화를 금년 내에 꼭 성공시키자는 의미에서 사업부의 묵시적인 슬로건으로,
'금년 안에 양산으로 가자!'
를 외치고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mass production(양산)을 성공시키자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랬던 것을 그 대리는 사업부가 양산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오해를 했던 것이다. 당시에 우리 회사는 양산에도 큰 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 대리는 우리를 보면 멋쩍어했었다.
동생들하고 영화 '도둑들'이 천만을 넘었다는 화제로 한참 얘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방에서 낮잠을 주무시다가 깨어나신 어머니께서 갑자기 놀라신 표정으로
"왜 갑자기 도둑들이 그렇게 많아졌냐?"
하셔서,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서글퍼졌다.
아, 우리 어머니도 이제 연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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