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의 거리

by 서향록

우리의 눈과 가장 비슷한 화각은 풀프레임 기준 50mm입니다. 그래서 50mm 렌즈는 흔히 ‘표준 렌즈’로 불리며, 일상적인 시선에 가장 자연스럽게 와닿죠. 무언가를 발견하고 담아낼 때, 가장 친숙하고 편안한 거리이기도 합니다.
이 50mm를 기준으로 숫자가 작아질수록 화각은 넓어지고, 35mm 이하부터는 광각 렌즈로 분류됩니다. 반대로 숫자가 커지면 ‘준망원’과 ‘망원’ 렌즈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저는 이 ‘표준 렌즈’의 범위를 조금 더 좁혀 보고 싶습니다. 28mm에서 50mm까지. 이 구간이야말로 렌즈가 주는 유혹적인 왜곡을 최소화하며, 가장 솔직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렌즈 일체형 카메라가 28mm나 35mm 단렌즈를 탑재하고 있죠.
다음 챕터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각 화각을 대표하는 몇 명의 작가를 소개하겠습니다.




거리의 우연한 장면을 민첩하게 포착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은 주로 28mm를 사용합니다. 시야가 넓어 순간적인 움직임을 담기 좋고, 피사체와 자연스럽게 섞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파인더조차 보지 않고 손끝 감각만으로 셔터를 누르는 ‘노 룩’ 촬영을 하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도시의 욕망과 혼돈을 포착해온 사진작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작은 ‘리코(Ricoh) GR’을 손에 쥐고 수십 년간 신주쿠의 밤거리를 배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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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안의 조화와 관계성에 집중하는 작가들은 28mm보다 조금 좁은 35mm 화각을 선호합니다. 인물과 배경의 균형을 잡기 좋고, 거리감을 과도하게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후지필름(Fujifilm) X100’ 시리즈 역시 35mm 단렌즈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사진가 다이안 아버스는 거리의 낯선 인물들과 마주하며, 일상의 기묘한 순간을 기록한 초기 작업에서 이 화각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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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0mm.
정면으로 응시할 때의 시선과 가장 닮은 이 화각은, 수많은 사진가와 영화감독이 사랑했습니다. 광각이나 망원보다 왜곡이 적고, 얕은 심도 표현에도 유리하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평생 이 렌즈 하나로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고, 로버트 프랭크는 『아메리칸』을 통해 미국의 민낯을 기록했습니다. 전쟁 사진가 로버트 카파 역시 이 화각으로 ‘어느 병사의 죽음’을 비롯한 전장의 진실을 전했습니다.
영화계에서는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가 거의 모든 작품에서 50mm를 고수했습니다. 그의 상징적인 ‘다다미 쇼트’ 역시 이 렌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죠. 다다미 쇼트란, 인물과 카메라의 높이를 전통 일본 가옥의 다다미 위에 앉은 시선에 맞춘 촬영 방식으로, 화면 하단이 넓게 비워지고 인물의 전신이 안정적으로 담기는 구도가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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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 단순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28mm에서 50mm 화각을 즐겨 쓰는 이들은 ‘자신과 피사체 사이의 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카메라를 들기 전, 그들의 발걸음은 반사적으로 최적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지금 ‘나’의 시선과 표준 렌즈의 초점거리가 이미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사진은 꾸밈보다 진실에 가깝고, 예술적 조형성보다는 ‘현실을 기억하는 힘’에 더 가깝습니다.
바로 그러하기에, 역설적으로 그들의 기록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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