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카메라 앱을 열면, 기본 화각은 대개 24mm에서 27mm 사이입니다. 이는 우리가 정면을 바라볼 때 인지하는 자연스러운 시야각과 유사하죠.
하지만 어떤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는 순간, 우리의 시야는 달라집니다. 보통 50mm 화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여겨집니다. 이 수치는 과거 필름 카메라의 35mm 포맷 기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상 속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시각적 거리로 설명되곤 합니다. 50mm를 기준으로, 수치가 낮아지면 ‘광각’, 높아지면 ‘망원’으로 구분됩니다. 대상을 인지하는 거리감 역시 함께 달라지게 되죠.
혹시 갑자기 튀어나온 숫자들에 당황하셨나요? 괜찮습니다. 이 숫자들은 결국, 우리가 세상을 어떤 거리에서 바라보는지에 대한 ‘감각의 척도’일 뿐이니까요. 더 쉽게 느껴지도록, 사진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보이시죠? 숫자가 낮은 렌즈일수록 더 넓은 장면을 담아냅니다. 이것이 바로 ‘광각 렌즈’의 세계입니다. 더 가까이서, 더 넓게 바라보는 눈.
반대로 숫자가 커지면, 멀리 있는 피사체가 마치 눈앞에 있는 듯 가까워집니다. 예를 들면, 경기장이나 콘서트장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대포 렌즈’는 500~600mm에 달하며, 동물 다큐멘터리 촬영에는 1000mm가 넘는 초망원 렌즈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자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장면을 담아내면서도, 대자연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서죠.
쉽게 말해, 숫자가 올라갈 수록 멀리 있는 것을 가깝게 당겨주고, 숫자가 낮을 수록 가까운 것을 넓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대략적으로나마 이 개념을 아셨다면, 우리는 이제 체험을 할 차례입니다. 전문 카메라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2025년 최신을 기준으로, 스마트폰은 작게는 한 개, 많게는 세 개의 후면 카메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 화각(24mm~26mm)을 비롯해, 초광각(13mm) 그리고 저마다 다른 망원렌즈(70mm~200mm)를 탑재하고 있죠.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기본 카메라(24mm~26mm)와 전면 카메라 외의 렌즈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촬영하는 대상은 통계적으로 셀카, 친구 혹은 애인, 그리고 음식입니다. 그다음이 반려동물과 여행 풍경이죠. 이런 일상적인 촬영에서는, 이미 눈과 손에 익은 기본 화각이 가장 편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초광각이나 망원은 시각적으로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에,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지금부터 우리는 이 낯섦을 즐기려 합니다. 광각 렌즈로 보다 세상을 과장되게 왜곡해 보기도 하고, 망원 렌즈로는 피사체의 단면만을 잘라 응시할 것입니다.
>> “우리는 사물을 그것들 자체로서가 아니라,
오직 우리의 인식 능력에 비추어진 방식으로만 인식할 수 있다.”
–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
눈으로 본 세상과, 렌즈가 포착한 세상은 다릅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거짓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내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고 해서, 렌즈가 포착한 세계가 덜 진실일 이유는 없죠.
‘우리가 보는 세계만이 진실은 아니다.’ 칸트의 철학처럼 우리는 각기 다른 렌즈가 보여주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그 차이를 시각적 도구로, 나아가 ‘나만의 언어’로 활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