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hotograph
‘Photograph’라는, 사진의 어원은 다음 두 단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phōs (φως, phōtós) — 빛
graphē (γραφή) — 그리다, 기록하다
이 둘이 합쳐져 ‘빛으로 그리다’라는 뜻이 되었죠.
우리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빛이 있기에 우리는 대상을 인식하
고, 감정을 느끼고, 마침내 그것을 이미지로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계절과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빛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에게도 이미 빛은 베어 있었습니다. 보려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발견할 수 있죠.
창으로 스며들어 커튼을 간지럽히는 아침 햇살,
돌담 위에 아롱지는 회화나무 그림자,
짙어진 오후, 분홍빛으로 물든 한강의 윤슬까지.
특별한 피사체, 소재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빛을 보려는 습관을 가지면, 내가 바라보는 수많은 존재가 전
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빛만 잘 이해하고 활용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미지를 담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눈을 얻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빛과 더 친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리가 눈떠 있는 하루 동안, 빛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계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해가 뜨고 한 시간 후, 해가 지는 한 시간 전쯤이 가장 다이나믹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는 빛으로 알려져 있죠. 해가 수평선 너머로 낮게 누워 있는 시간, 즉 절묘한 빛의 각도와 광량은
피사체의 윤곽을 가장 도드라지게 만듭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태양빛을 받는 모든 장면이 드라마틱하
게 느껴지는 것이죠. 많은 사진작가가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닙니다. ‘좋은 빛’이란 누군가의 이론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발견하고
관찰하며 느낀 그 순간에 존재합니다. 빛이 좋은 시간은 언제인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직접 눈으로 보
고, 몸으로 담아보는 그 경험이 바로 우리에게 ‘빛의 비밀’을 알려줄 것입니다.
2. 그림자 - 빛의 증거
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쉽게 그림자를 마주합니다. 맑은 날이면, 오히려 그림자가 없는 풍경을 찾기가
더 어렵죠. 도시 한 가운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빌딩 아래 드리워진 시원한 그늘조차도 결국 그림자
니까요.
어떤 물체의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다면 태양이 수평 가까이 낮게 위치한다는 뜻이고, 그림자가 발밑에
짧게 고여 있다면, 그만큼 머리 위로 높이 솟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즉, 그림자를 보면 빛의 방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형태와 그 속에서 변주되는 빛의 표정을 발견할 수 있죠. 그림자를 관찰한다는 건 곧, ‘빛을 본다’는 또 다
른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빛이 닿은 부분과 닿지 않은 부분의 조화를 이해하는 것. 그것 또한 빛을 잘 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빛이 닿은 곳은 ‘명부’, 닿지 않은 곳은 ‘암부’. 나눠진 이 둘의 경계와 대비를 바라보며, 우리는 빛의 흐름
을 읽어냅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다른 장면 속에서도 명암의 조화를 인식하고, 풍부한 이미지를 발견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보려는 습관은 결국 ‘새로운 시선을 여는 첫 단추’가 되어줍니다.
3. 낯설게 하기
일상 속에서 빛과 그림자, 명부와 암부의 조화를 발견하려는 태도를 지니면, 이전보다 빛이 훨씬 더 또렷
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굳이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내 주변에서도 낯섦을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을 얻
게 되죠.
‘낯설게 바라보기’는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늘 우리 곁에 있던 장면을 처음인 것처럼 다시 발견하는 일
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빛을 다시 보려는 그 짧은 시도만으로도, 우리의 감정과 호기심은 분명히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빛을 바라보는 사소한 습관은 이제,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즐거움을 선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