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혼자 만든 아주 간단한 영상이 ‘영화가 된다’고 말하면, 조금 억지스럽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연출, 배우, 촬영, 조명, 제작, 미술, 의상, 헤어 등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예술이니까요. 지금도 많은 ‘잠재적 봉준호 감독님’들이 연출부 막내로 시작해, ‘존버 정신’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 역시 분명 의미 있는 길이지만, 저는 영화를 경험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 에세이 필름이라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영화와는 달리, 오직 한 사람의 감정과 시선에서 출발하여 완주하는 에세이 필름은, 영화의 가장 작은 단위, 바로 ‘1인 영화’입니다.
이건 단순히, 영화를 혼자 만들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가능한, 아주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정. 바로 그 지점에서 에세이 필름은 가장 진실한 형식이 됩니다.
그래서 이 강의에서는 상업 영화에서 보았던 감각적인 촬영 기법보다,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개인의 시선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를 달리던 전철이 지상으로 나올 때, 오후 햇살에 비친 승객들의 그림자가 창에 겹쳐지는 그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누구나 스마트폰을 꺼내 그 장면을 채집할 수 있습니다. 또, 출퇴근길 혼잡한 전철역을 저속 셔터나 슬로모션으로 담기만 해도, 일상의 순간은 개성 있게, 특별하게 연출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하고 아름다운 장면은 언제나, ‘발견하려는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특별한 장면은 어디선가 갑자기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늘 존재해 왔던 일상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아름답게 보려는’ 나만의 시선입니다. 누군가에겐 무심한 일상의 한순간이,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장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얻은 장면은, 다시 누군가에게 새로운 장면이 되죠.
결국, 새로운 장면이란 내가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바뀔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채집한 특별한 순간들에 음악과 나레이션이 얹히면, 드디어 그것은 나만의 영화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작고 가장 솔직한 영화.
'에세이 필름'입니다.
https://youtu.be/AC2W9SpNvPk?si=Ir45x2fb2yxFTq8Y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만든 에세이 필름 - 회피(回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