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에세이 필름인가?

by 서향록

오전 8시. 지하철 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정장 차림의 인파로 메워지는 여의도역.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이곳에서, 단 한 사람만이 그 장면을 아름답게 느낀다.


당신이다.


당신은 미소를 띤 채, 카메라를 꺼내 든다. 셔터스피드는 2초.


‘처얼컥!’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흐릿하다.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얼굴은 지워지고, 발걸음은 궤적이 되었다. 그런데 지하철만은 정지되어 있다.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커다란 고철 덩어리.


그 순간적으로 나뉜 극적 대비는, 당신에게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만족스런 사진. 당신은 스마트폰으로 옮겨, 흑백으로 보정한 뒤 SNS에 업로드 한다.


#지옥철#탈출


그리고 다시, 정장 차림의 인파 속으로 스며든다.



도쿄 여행 중, 신주쿠역을 무표정하게 걸어가는 인파를 바라보다가, 문득 한국에서의 지옥 같은 출근 길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장면에서, 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처럼요.

누군가에겐 반복적인 일상의 일부일 뿐인 순간이, 저에겐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돌아와서도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제 일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렇게 발견하게 된 감정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버무려 작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채집한 감정들. 그 소소한 조각들은, 오롯이 저의 시선으로 완성된 한 편의 1인 영화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에세이 필름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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