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안 렌즈
이제 ‘물고기의 진실’을 가져와 볼까요.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해, 물고기의 눈은 앞만 보지 않습니다. 시야를 둥글게 펼쳐, 주변 세계를 한 눈에 인식하죠. 그런 생존의 시선을 본받은 것이 바로 어안 렌즈(Fisheye Lens)입니다.
이 렌즈는 피사체가 가까울수록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화면 가장자리를 따라, 왜곡과 원근감이 휘몰아치는 것이죠. 그 특유의 곡선 형태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충격입니다.
여기에 초당 *60프레임(fps)으로 담아내면,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과장된 생동감이 피어납니다. 이 효과에 최적화된 장비가 바로 액션캠(Action Cam)입니다.
작고 가벼운 주제에, 넓은 시야각의 어안 렌즈까지 품고 있다니. 익스트림 스포츠 현장에서 사랑받지 않을 수 없죠. 스케이트보드, 스노우보드, 또는 도심을 뛰어넘는 **프리러너(Free Runner)의 1인칭 시야 영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높은 옥상과 난간을 자전거로 넘나드는 트라이얼 라이더(Trial Rider)의 POV(Point Of View, 1인칭 시점)영상은, 화면 너머에서조차 손에 땀이 맺힐 정도입니다. 실제로 벼랑 끝에 서 있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느낄 정도죠.
흥미로운 사실은, 이토록 ‘과장된 시야’가 오히려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늘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사각형의 화면을 통해 영상을 보게 되죠. 그 제한된 프레임 안에서는, 좁은 화각의 렌즈보다 오히려 왜곡된 어안 렌즈의 넓은 시야가 더 현실에 가까운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넓은 시야를 어디에 써보고 싶으신가요?
저는 ‘술’이나 ‘약물’, 혹은 정신질환을 다룬 여러 편의 영화를 보며, 극도로 예민해진 사람의 심리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상적이지 않은 시야에는 어안 렌즈가 제격이라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 병동에 갇힌 환자의 시점에서, 진료하러 온 간호사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 그 짧은 행위에서조차 강한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극대화된 원근감과 둥근 왜곡이 신체 접촉의 동작을 더 빠르게, 더 위협적으로 증폭시키기 때문이죠.
반대로, 행복의 감정에도 유효합니다. 꽃을 향해 머리를 가까이 들이밀며 냄새를 맡는 장면. 마치 나비나 벌이 된 듯한 시야를 연출할 수 있고, 어안 렌즈(Fish Eye)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속에서 유영하는 물고기의 시선을 담을 수 있습니다. 햇빛이 수면을 찢고 들어오는 장면, 해조류가 흐느적이는 모습을 넓게 포착할 수도 있겠죠,
결국, 어떤 심리, 어떤 입장이 되어본 후, ‘나의 시선’을 대입해 세상을 바라본다면, ‘나의 시야’는 더욱 풍부해질 것입니다.
당신의 ‘어안 렌즈’는 무엇을 보고 싶으신가요?
* 60프레임(fps) : ‘Frames Per Second’의 약자로, 영상에서 1초에 60장의 이미지를 연속 재생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30fps보다 두 배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어, 액션이나 스포츠 장면에 자주 활용됩니다.
** 프리러너(Free Runner) : 도시의 구조물을 넘고 뛰어다니며, 몸의 움직임으로 자유를 표현하는 도심형 퍼포먼스 운동가
광각 렌즈
광각, 렌즈 역시 넓은 시야를 담습니다. 피사체가 가까워질수록 극적인 효과가 더욱 강해진다는 점도 어안 렌즈와 닮아 있죠. 그러나 어안 렌즈가 시야를 구슬처럼 휘게 만든다면, 광각 렌즈는 시야를 넓히되 가능한 한 ‘선을 지키려’ 합니다. 즉, 어안 렌즈가 세상을 비틀어 담는다면, 광각 렌즈는 그 형태를 되도록 유지하려는 쪽입니다.
보통 35mm 이하의 화각을 광각이라 부릅니다. 숫자가 낮아질수록 가까운 피사체는 더욱 가깝게, 멀리 있는 대상은 더 멀게 밀어내며, 원근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광각 렌즈의 예는 바로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입니다. 셀카를 자주 찍는 분들이라면 ‘나와 스마트폰 사이의 거리감’을 이미 체감하고 계실 겁니다. 대부분의 전면 카메라는 24~28mm(35mm 환산 기준), 일부 모델은 20mm 이하의 초광각 모드를 추가로 지원하죠.
광각 특유의 ‘선을 유지한 왜곡’은 얼굴의 윤곽을 다듬듯 정리합니다. 턱선을 조금 더 날렵하게, 얼굴 전체를 살짝 슬림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광각 렌즈의 마법을 즐기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전면 카메라가 35mm 이상의 렌즈였다면, 셀카는 지금처럼 흔한 문화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얼굴이 화면에 다 담기지도 않고, 슬림하게 나오지도 않으니까요. 이 점은 연예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SNS 속 셀카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른 턱선. 어쩌면, 그것은 렌즈가 다듬어 놓은 이미지의 윤곽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초광각’렌즈를 활용해 영상 하나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블랙박스를 이용해, 초광각이 주는 극단적인 원근감을 실험해보는 것이죠. 긴 터널을 달리는 장면을 자동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에서 추출하고, 흑백으로 전환한 뒤, 그 위에 저의 이야기를 얹어보겠습니다.
https://youtu.be/T6BTeyWUfyw?si=Lwaj0P8zKO_oUU2U
단 하나의 장면입니다. 여러 컷 없이도, 광각의 특유의 길게 늘어지는 직선과, 화면 가장자리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과장된 거리감만으로도 긴장감은 충분했습니다. 흑백의 질감이 톤을 정리해주었고, 누군가의 사연 같은 라디오 톤의 사운드를 덧입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