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지뢰

by 서향록




“그럼, 다시 친구로 돌아가?”


그녀는 마치 천재 수학자처럼, 놀라울 만큼 단호하고 간단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럼. 난 당연히 할 수 있지.”


그 순간, 나의 무의식 속 어떤 근육이 반응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기계적인 반사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공처럼 던져지는 시간 속에서, 그저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일 년쯤 지나자, 연애 감정은 육체화되어 어느새 자동 반복되는 근육 일부가 되었고,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로가 만난 순간부터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어디로 가야 할지. 일 년 반 동안 차곡히 쌓인 반복의 경험을 피해, 어떤 새로운 것을 해낼지에, 우리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 의무감 안엔 빠져나갈 수 없는 무형의 피로가 눌어 있었고, 우리는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그것을 버텼다.


그날, 그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같은 데이트가 싫어.”


나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습관이 앞장선 감정은 나 역시 공감하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빠르게 회전하던 두 개의 룰렛이 동시에 멈췄고, 각자의 어느 지점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이별.


돌아오는 길, 하늘은 마치 스스로를 신카이 마코토라도 되는듯, 번개로 조명을 치고, 천둥이란 음향을, 그리고 폭우를, 마치 전면 유리창 깨뜨릴 듯 쏟아부었다. 오열이라도 해야 하나. 다행히, 빗길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하는 생존 본능 덕분에, 멜랑콜리한 나와 낯간지러운 겸상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별은 갑작스럽지만 명확했다. 그래서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한 곳이 이상하리만치 편안했다. 그보다 어느 순간, 미세한 두려움이 감지되었다. 나는 나에게 물었다.


“나는 왜, 괜찮은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하자, 나는 ‘슬퍼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서 공포를 느꼈다.

내가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종류의 두려움은 아니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슬픔의 곤충이 내 감정의 어느 축축한 틈 속에 숨어들어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떤 결정적인 버튼을 누를 것만 같은 그런 예감이었다.

나는 슬픔의 지뢰를 찾아 도려내야만 했다.


https://youtu.be/jQN_r4pSC_U?si=Qnf6DyvFBLWpkYKi


1_1.1.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잔다르크는 ‘INFP’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