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전망대 - 노을 무렵
노을이 펜스에 번진다.
철망 사이로 활주로가 보이고 비행기 한 대가 멀리서 천천히 이륙한다.
그 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보이지 않지만,그녀의 시선은 이곳 어딘가를 머무른다.
(여자의 목소리 / VO)
난 지금 김포공항 전망대에 서 있어.
저기 사람들은 왜 날아가는 걸까?
여행일까, 출장일까.
아니면 나처럼 ‘출장’이라 부르지만사실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걸까.
난 늘 서류가방을 들고 다녀.
그리고 같은 문장을 반복하지.
서로 다른 언어로,앵무새처럼 말이야.
“현재 상황은 조용합니다.”
“특이 동향이나 교전 징후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람이 불어와.
이 공항의 냄새는내 도시의 냄새와 닮았어.
젖은 콘크리트, 금속, 먼지.
분명 평범한 저녁인데, 비행기를 바라보면내 몸이 무언가를 감지하는 걸 느껴.
소리가 들릴 때마다나는 반사적으로 주먹이 쥐어져.
그건 불안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바람이었을까.
이젠 확신할 수 없어.
나는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해왔어.
남의 말을 번역하고,무수한 문서를 전달했지.
호텔은 언제나 깨끗했어.
그러나, 그건 불편한 안락이었어.
내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누군가는 다르게 누워 있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지.
사람들은 나를 행운아라 불러.
안전하게 오가며, 안정적으로 일하고,조용한 삶을 누려.
마치 계란 노른자처럼 말이야.
#비행기 창가 - 저녁 하늘
태양 빛을 머금은 구름이 가득하다. 엔진의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비행기는 유유히,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사라진다.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