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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로운 May 23. 2022

뻔한 자기소개만큼 지겨운 것이 있나요

학교 나이 경력을 좀 빼보자고

자기소개엔 포맷이 없다. 뭐가 들어가든 자신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3년쯤 전부터, 나를 소개할 키워드를 고민하게 됐다. 영화부터 시작한 키워드는 요리, 카메라, 보드게임을 거쳐 칵테일까지 추가됐다. 그 중엔 건무화과도, 로운어워즈도 있었다. 자기 소개는 나를 기억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일종의 공략법마저 있는 취업용 자기소개도, 새로운 자리에서의 간단한 자기소개도 마찬가지다. 가장 나 다운 모습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 모습이 직업이나 나이, 사는 곳에 갇힐 이유는 없다.


적지 않은 경우로 일은 생계 수단이다. 나이는 점점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사는 곳은 쉽게 바뀐다. 객관적인 사실엔 본인의 색깔을 담기 어렵다. 색깔 없는 자기 소개는 곧잘 잊힌다.


난 앞으로도 더 많은 키워드로 날 소개하고 싶다. 29살 퍼포먼스마케터보다는 칵테일 만드는 건무화과처돌이가 좀 더 재미있다. ‘이해는 하지만 동의는 못하는’ 사람이 독산동 광고인보다는 좀 더 손로운같다.


한 사람은 학교, 나이, 경력 그 이상의 존재다. 그럴듯한 직업과 사는 동네 정도로 자신을 규정하기엔 그 세계가 너무 아깝다. 더 많은 나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지 않다.


난 명함과 주민등록증 너머의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래서 알아보기로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있는지, 또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지. 그래서 @haknakyung 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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