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미끄럽다

달콤함의 미학

by 어리둥절

언젠가부터 나는 맛을 음미했다

예전엔 그저 허기진 감각 때문에 음식을 소비했다면

이제 나는 그 맛을 느끼기 위해 허기를 만들어 내기도 할 정도로 맛 그 자체를 즐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목구멍이 미끄러웠다


내 식사에 오르기까지 이 재료들은 얼마나 진지했을까

푸릇푸릇한 채소들은 빛을 받아 자라나고

울긋불긋한 동물들은 입을 바삐 움직이고

다시 재료로 다듬은 다른 사람의 피와 땀은 내게 죄책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랬다 모두가 이 순환을 위해 힘쓰던 것이다

언젠가는 썩어버릴 그리고 다시금 자라날 생명의 순환은 내겐 달콤함이었다 너무 달았다 자극적이었다

그 달콤한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질 즈음 나는 식사를 마치곤 했다

다음 식사를 위해 또다시 허기를 만들었다

그 나만의 루틴인 식사는 언제나 달콤하다

내 혀는 귀가 되어 음식이라는 노래를 음미한다

터지는 쓴맛의 현란함은 마치 관악기와도 같았고

그때 감싸오는 단 맛의 부드러움은 마치 현악기와 같았고

묵직하게 깔리는 감칠맛은 타악기처럼 무거웠다

그렇다 그 식사라는 자리 이 식탁은 마치 오페라홀처럼 넓어 보였다 하지만 그 넓은 공간에서 의미는 음식에 있는 것이다

나는

목구멍이 미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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