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끝의 필연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언제 꺼내도 반갑다
그 시절 나의 순수함, 그 순수함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나다움이란 오래된 친구를 본 듯한 반가움이 가득하다
반가운 친구들 중에도 괜히 찝찝한 기분이 남는 친구가 있기에 물론 내 기억에도 찝찝함이 있는 기억이 있다
그 이야기가 문득 내 기억을 스쳤다
이제 막 내 눈동자는 내가 굴린다는 사실을 알 정도의 나이였다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고 다니던 방학, 잠시 고모네집으로 며칠 동안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눈동자가 바삐 움직이던 시기라 나는 닌텐도라는 게임기를 접하고 이젠 머릿속까지 굴러다닐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도 게임을 할 때면 전신이 굴러가지만 그 시절은 얼마나 그게 재미있었던지 모르겠다 그리고 흔한 이야기처럼 고모네에서의 이별이 다가왔다
엄청 떼를 썼던 사실만이 기억에 남는다 뭐가 그리도 서러웠는지 엄청 울고 엄청 질척였다 뭐가 남는다고 그리도 아쉬웠을까
그렇다 처음은 새롭고 그 새로운 만큼 끝은 아쉽다 이건 보편적 인식이자 진리이다 누구나 좋았던 기억을 보내는 건 아쉽다 참 좋았는데 보낼 때만 되면 아쉬워진다
그렇기에 내 눈동자는 제안한다 눈동자가 굴러가는 방향에는 처음도 끝도 없듯이 그 시절 눈동자가 굴러가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에는 이어서 처음이 따른다 누군가와의 24시간에서의 할당된 시간을 끊어내야 비로소 다른 이와의 할당된 시간이 찾아온다 참 설레지 아니한가?
누군가와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있다 참 아쉽지 아니한가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와의 끝에는 참 설렘이 오고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와의 시작이 참 아쉽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