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은 전 세계에서 38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총 1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만큼 많았다는 증거다. 과연 이 책을 읽었던 사람들이 모두 성공했을까? 글쎄. 나도 이 책을 읽었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먼저 ‘성공’에 정의부터 세워봐야 한다. 현대 사회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자본주의라는 체제 안에서 성공은 부에 축적과 명예가 높아지는 것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의하며 ‘위너’와 ‘루저’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사람을 판단하여 성공과 실패를 규정했다. 이런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은 공동체인 가족 안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세상에 가족만큼 사랑과 증오라는 극단적인 감정이 뒤엉켜있는 집단이 있을까?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친밀함을 이유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지 않고 끊임없이 강요와 간섭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관계는 차가운 익명의 사회보다 참기 힘든 고통을 준다.
성공과 실패 그리고 가족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2006)>은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남우조연상 수상작, 작품상, 여우조연상 후보작이다. 미국의 부부 감독인 조나단 데이톤, 발레리 페리스 감독의 2006년 작 미국 영화, 원제는 <Little Miss Sunshine>으로 어째서인지 국내 개봉명은 어순이 바뀌었다. 선댄스 영화제, LA 비평가 협회, 세자르 영화제, 스톡홀름 영화제,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좋은 평가를 받은 가족 로드무비이다.
8백만 불이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4주 차에 153개 극장에서 619개 극장으로 상영관 수를 늘리며 주말 3일 동안 516만 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등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고, 1억 불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영화의 제목인 <미스 리틀 선샤인>은 어린이 미인 대회의 타이틀이다. 어린 딸 올리브를 이 대회에 참가시키기 위해 미국 최고의 콩가루 가족 후버가(Hoover家) 사람들이 딸의 어린이 미인대회 참가를 위해 낡은 승합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며 화해와 성장을 그린 영화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묘한 음악과 올리브의 안경 낀 눈으로 시작한다. 얼굴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그 눈이 보는 것은 미인대회를 보고 리차드의 성공 강의가 디졸브 된다.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본인의 절대 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이 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 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노란색 좁은 폭스바겐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가고,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엉망이 되지만, 가족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가족의 위기가 순차적으로 발생하는데 여행-> 차고장-> 리처드의 파산-> 할아버지의 사망-> 드웨인의 색맹 사건 ->올리브의 미인대회로 귀결된다.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여행 가운데 한 번씩은 위기가 찾아오고, 위기의 순간을 통해 서로에게 관심 없던 가족들은 서로를 품게 되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맞이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을 전체적으로 이분법(쌍을 이루는)적 표현이 존재한다. 바로 리처드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위너(Winner)와 루저(Loser)’의 논리이다. 사실 이 논리는 리처드만의 것이 아니다.
후버 가족은 끊임없이 이 위너와 루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리처드는 성공 9단계를 부르짖고, 할아버지와 엄마 셰릴은 마약과 담배, 혹은 무기력함으로 몸을 숨긴다. 아들 드웨인은 또 어떤가. 그는 비행사란 그럴듯하고 자유로운 직업을 갈망하며 침묵 속에 가족에 대한 경멸을 감추고, 외삼촌 프랭크는 실연의 아픔과 라이벌에게 당한 수치심을 죽음으로 벗어나고자 한다.
즉,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루저임을 거부하는 ‘루저’다. 막내딸 올리브는 미인대회에 나가기에는 평범한 외모에 통통한 몸매를 가진 소녀이지만, 자신이 예쁜 소녀임을 확신하며 미인대회에 나가길 원한다.
이 영화는 코믹과 아이러니, 그리고 가족 공동체의 힘으로써 이 위너, 루저 게임을 극복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 올리브의 춤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미인대회에서 올리브가 춘 춤은 다름 아닌 스트립쇼에서나 볼 법한 이른바 ‘저급한’ 춤이다.
올리브는 이 춤을 통해 섹슈얼리티(Sexuality)를 겉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이 미인대회의 본질이 섹슈얼리티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면 왜 섹슈얼리티를 희미하게 숨기고 있는 다른 참가들은 ‘위너’에 ‘고급’으로 취급받고, 대회의 본질인 섹슈얼리티를 겉으로 드러낸 올리브의 춤은 ‘저급’으로 취급받는 것일까?
미인대회 자체가 올리브의 ‘저급한’ 춤과 다르지 않으며 ‘저급한’ 문화라는 것을 스트립춤을 통해 드러내며, 세상이 만들어 놓은 ‘위너와 루저’ 관계를 해체시켰다. 또한 일률적인 기준이 진리로 착각하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정해진 틀에 맞지 않은 것들을 루저로 치부하는 편협함을 꼬집어 준다.
세상에 오직 승리와 패자만이 존재하고 그 승패라는 것이 사회적인 성공여부에 달려있다고 보는 리차드(올리브의 아버지)의 믿음처럼, 현실은 더 많은 ‘소유’를 가지고 주류적인 인생만을 긍정하고 칭찬한다.
그러나 ‘소유’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서로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삶의 진정한 행복을 이루는 원천이 된다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기에 다들 외면하며 살아가는 생의 진실을, 한 삼류가족의 실패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성공’의 개념을 소개하며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