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세계 판타지 공간
죽음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다. 인간에게 죽음이란 삶의 끝을 의미했고, 지금도 죽음 이후의 세계는 수수께끼로 존재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인류 발전을 이끌어 왔으며, 인류학자는 이것이 문명과 문화의 시발점이라 말했다. 인류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를 일으켰다.
그러나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결과 영원히 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문화를 탄생시켰다.
인간이 영원한 삶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창조해 낸 종교, 신화, 서사시, 그리고 현대 과학 기술은 모두 인류의 생사와 관련되어 있다.
TV 드라마 <도깨비>는 2016년 12월 2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tvN에서 16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이다. 불멸의 삶을 가진 도깨비 김신이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도깨비 신부 지은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국 전통문화 속 사후세계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계 공간을 TV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간의 환상성과 저승사자라는 중간 세계 캐릭터를 새롭게 구현해 냈다.
평생을 살면서 죽음 이후에 저승사자에게 일괄 정산하는 한국 전통적인 사후세계와 윤회의 개념이 차용되며, 카르마(Karma, 산스크리트어로 ‘업(業)’ 또는 ‘업보(業報)’로 번역되며, 갈마(羯磨)로 음차 되기도 한다.)라는 개념을 추가하여 생의 업과 업보에 대한 개념과 망각이 신의 배려로 설정되어 있다.
먼저 ‘저승의 찻집’의 공간을 분석해 보자면, 죽은 망자들이 잠시 동안 머물다가 가는 곳으로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계로 전통찻집과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저승은 망자의 찻집에 온 사람들에게 망각의 차를 건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 줍니다.”라는 망각의 차는 이승에서 좋고 나쁜 모든 기억들이 사라지고, 윤회에 근거해서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설정을 하였다.
저승의 찻집은 현존하는 공간에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외부를 살펴보면, 도깨비와 저승이 거리에서 서로를 보게 되는 장면에서 도깨비는 길을 걷다가 벽을 보고 저승의 갓이 상스럽다고 말한다.
저승의 찻집은 벽이라는 추상적인 공간을 선택하였다. 도깨비가 벽을 보고 저승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통해 ‘저승의 찻집’의 공간을 설명해 주었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임을 알려준다.
<도깨비> 1회에서 저승의 찻집이 처음 등장하는데 차를 우려내는 저승은 특이한 받침대 위에 망각의 차를 놓아준다. 망각의 차를 통해 신의 배려를 전하는 대리인으로서 여자에게 망각을 선물한다. [그림 3]의 장면을 통해 ‘저승의 찻집’이라는 공간이 어떤 기능을 하는 공간인지 표현하였다.
찻집에서 망각의 차를 다 마신 자는 차 선반에 올려놓는다. 찻잔의 모양은 모두 다르다. 다양한 잔은 죽은 자들이 마시고 간 것들이며, 이것을 통해 많은 사람이 저승의 찻집을 지나갔다는 것을 이미지로 보여줬다.
저승의 찻집 내부는 수천 개의 찻잔이 나무 수납대의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제작사 측은 “생(生)과 사(死)를 다루는 저승사자가 하늘로 인도한 삶의 수를 층층이 쌓인 수납대로 표현했다”라고 밝혔다.
동굴 형태로 천장이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거대한 크기로 제작되었고, 나무 입구 때문에 보통 CG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 사람 손으로 만들었다.
“4m 정도까지는 실제로 제작했고 거기에 맞춰 찻잔 1000여 개를 일일이 손으로 집어넣었다”라고 말했다. 그 위에 끝 모르고 솟은 찻잔 벽면은 CG로 완성됐다.
<도깨비>의 미술감독을 담당한 김소연은 도깨비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하였다. “900년 넘게 산 김신의 공간은 낡은 느낌의 소품과 저물어가는 하늘의 푸르스름한 빛깔로 표현했고, 저승사자의 공간은 좀 더 모던한 감각으로 연출했다.”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tvN 드라마 <도깨비>
양주이, 강은혜 옮김 / 죽음미학 ㈜박이정
최보윤, 「저승사자 찻집 1000개의 찻잔 일일이 손으로 넣었죠」,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