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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몽 Dec 05. 2024

영화<택시운전사> 5.18 비극의 현장

국가적 트라우마를 담은 실화 영화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현대인은 자신이 관계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구성해 나가는 존재이다. 영상 텍스트에 사회적 기여도가 증가하고 대중적인 볼거리로 자리매김하면서 문화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시각 텍스트로 자리 잡았다.      


집단으로 공유된 기억을 ‘역사’라고 하고,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경험을 ‘기억’이라고 한다면 특히 영화는 역사와 기억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 영화는 개인, 행위자, 등장인물의 기억과 그 기억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서 역사화하기 때문이다.     


KBS 일요 다큐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다큐멘터리의 실화를 토대로 제작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주라는 로컬적인 트라우마이면서 국가적 트라우마를 반영한 실화 소재의 영화이다.      


군인이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 상황은 마치 식민지 시대를 연상케 만드는 상황으로 시위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영문도 모르고 길을 걸어가던 시민들이 곤봉에 머리를 맞아 쓰러지거나 총에 맞아 죽는 공포스러운 상황들이 벌어졌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충격적이며 기괴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군인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폭행했다는 부분으로 수많은 광주 사람이 죽었지만, 발포 명령을 내렸고, 이 사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는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18에 대한 환기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전히 가해자는 사과하지 않았고, 그날의 진실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영화 <택시운전사>는 <영화는 영화다>, <고지전>등을 만든 장훈 감독이 만든 영화로  배우 송강호가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천만 영화로 등극한 영화이다.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밀린 월세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길을 나선다.


독일기자 힌츠페터와 서울택시 운전사 김만섭 각자의 외부로부터 광주로 진입한다. 두 외부인의 시선에서 관객이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로 다가가게 도와준다. 철저히 외부로부터 차단된 광주의 진실을 왜곡된 정보로 국민에게 전하려 했고, 신군부 정권이 추구한 단절들은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는 현장성.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팩션으로 시대성과도 잘 맞물려 과거의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과거의 일을 현재로 끌어들인 영상물이다. 과거의 국가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사건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도 내포하며, 트라우마의 환기를 통해 다시금 우리의 아픔을 돌아보게 만든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사건은 5.18 사건과 많이 닮아있다. 시민들이 주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와 국가와 싸우는 지점들이 닮아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을 시작으로 언론의 탄압과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모습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국민을 분노하게 했고, ‘민주주의’의 복원이라는 대중 욕망을 만들었다.      


또한 주권 회복과 진실 규명이라는 국민의 욕망과 <택시운전사>에 담긴 5.18 실화가 만나 천만 영화라는 시너지효과를 발휘되었다고 분석된다.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본 역사적 사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바라봄으로써 트라우마를 조금은 아프지 않게 바라보고, 외국인 기자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5.18 사건에서 실제로 있던 인물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외면하고 묵시했던 그 사건이 잊히면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환기해 주었다. 단 한 명도 오판했다거나 미안하다는 사과를 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그 누구도 이 사건을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참한 사건은 계속 다뤄져야 하는 화두라도 생각한다.      


민주주의 상징이 된 사건으로 계속 나와야 하는 영화이며,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시각이라는 측면에서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기자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광주 시민들이 내러티브의 구조가 광주 시민이 아닌 기자에게 맞춰졌다. 택시 운전사에게 맞춰지면서 커다란 담론이 소비되는 느낌을 받아 아쉬웠다.      


영화 <택시운전사>

영화가 가지는 콘텐츠성은 현재의 관객을 과거의 시간으로 데리고 가서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점을 통해 <택시운전사>의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점이 영화를 보게 하는 요소이다. 과거로만 머물지 않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공간성과 시간성을 잘 활용한다.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현실의 공간과 시간으로 끌어들여 경험하게 한다.     


<택시운전사>가 가지고 있는 실화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일어난 5.18 사건을 통해 실화와 ‘픽션’이 점복된 ‘팩션’을 통해 현장성을 느끼게 하며, 타자화된 시선을 통해 광주의 참혹함을 경험한다.      


등장인물 만섭과 피터를 통해 감정이입을 많이 할 수 있는 요소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5.18의 사건에 타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이 현실로 다가왔고, 현재를 사는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이 아닌 권력자에게 나오게 되는 것을 경험하며 5.18의 광주 시민과 같은 감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대중의 욕망은 ‘민주주의의 회복’과 ‘주권 회복’ 또한 ‘진실 규명’이었다.      


촛불집회는 전국으로 퍼져갔고, 5.18 운동의 처음처럼 무 폭력적인 건강한 집회 운동이 벌어졌고, 국민의 자주적인 집회로 주권을 찾았으며, 정권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5.18이 과거의 역사로만 머무는 것이 아닌 현재로 살아있는 실화가 되었다.      


혼란스러운 시국에서 민족성이 다시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코리안 뉴 웨이브 관점에서 힘을 합해 새로운 나

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영화가 나왔다. ‘민족 내부에서의 분열과 파편화’를 다시 집단적인 민족 정체성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바로 코리안 뉴 웨이브 담론인데 정권 교체의 시점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민족을 봉합해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




동시대 대중들은 사물을 공간적이며 인간적인 견지에서 보다 가까이 가져오려는 욕망을 지녔다. 이는 일상 현실의 독자성을 그것의 재생산을 수용함으로써 극복하려는 그들의 경향만큼 강렬한 욕망이다.


민주주의의 실현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마음들이 결국 승리를 거두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로 광주에 진실을 다시금 재현함으로써 국가권력에 의해 검열되고, 가려져 은폐된 진실을 끄집어냈다.      


게다가 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마음껏 아파하지도, 직면하지도 못했던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된 계기였다. 과거와 역사에 대한 과잉된 고착은 현재 현실에서 상실했다고 생각되는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소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에는 없지만 과거에는 있던 것, 그것을 영화 속에 끊임없이 복원시켜 놓는 열망이 빚어낸 결과가 아니겠는가.     


외신기자라는 외국인의 시점에서 바라봤던 점은 새로운 시각이었으나, 5.18이라는 커다란 담론을 인물에게 소비시킨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그런 입장에서 새로운 관점과 표현을 가진 5.18 영화들이 계속 나와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기를 바란다.


지난 12월 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국민들은 숨죽이며 공포에 휩싸여 혼란스럽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군인이 국민과 대치하는 상황이 영화가 아닌 현실에 펼쳐졌고, 다시 한번 닥친 국가의 위기에 문화로 국민의 단합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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