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하나와 앨리스> 미장센 연구 1 우리의 소녀시대

세팅(setting)_set, 의상, 소품

by 박하몽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는 특별하다. 어른은 아니지만 아이도 아닌 묘한 시점으로 2차 성징을 끝내고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진로를 생각하는 시기로 ‘세미성인’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몸은 이미 성인과 비슷한 품세를 가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이인 미완의 존재였던 우리의 소녀 시대를 담은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소개한다.



<하나와 앨리스>의 내러티브는 하나(스즈키 안)는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인 앨리스(아오이 유우)에게 자신이 점찍은 남자애를 보여준다며 끌고 간 곳에서 가슴 뛰게 만드는 꽃미남 미야모토(카쿠 토모히로)를 발견한다. 뒷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 미야모토는 한 학년 선배이자 만담동호회 회원이다.


하나는 만담동호회에 가입해서 미야모토의 관심을 얻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머리를 다친 선배에게 기억 상실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도 모자라 '나한테 사랑 고백했잖아!'라고 외치는 귀여운 스토커 하나. 그리고 친구의 애정사기극에 거침없이 동참한 앨리스.

그러나 그들의 우정은 미야모토가 앨리스를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면서 예기치 않은 삼각관계로 발전하고

꼬여만 간다. 결국 두 소녀의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는 이야기이다.


세팅(Setting)의 요소들은 set(공간성-건축, 도시, 자연), 의상, 메이크업, 소품의 시점에서 바라본 영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1. SET (공간성-건축, 도시, 자연)

SET 공간성-도시, 건축


<하나와 앨리스>의 첫 장면은 걷는 장면에는 대사가 없다. 하나와 앨리스가 살고 있는 동네를 두 소녀가 아침에 등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걸어가는 움직임을 따라 배경이 되는 집들과 아무것도 없는 맨땅을 앨리스를 따라 걷는 하나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이 모습은 나중에 하나 혼자서 걷는 장면으로 변화되면서 앨리스를 의존하며 지냈던 하나가 자신의 의지대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을 공간의 반복을 통해 보여준다.


왼) 하나의 집 외경 오른) 앨리스의 집


하나와 앨리스의 공간을 비교해 본다면 하나의 집은 꽃이 많은 집이다. 꽃집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집안에도 꽃이 많이 존재한다. 카메라도 하나의 집의 위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는 촬영을 하면서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그에 반해 앨리스의 집은 정돈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여준다. 벽에는 시계들이 많이 걸려있다. 보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가 시계를 보는 장면을 연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집의 모습을 통해 하나는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존재이고, 앨리스는 보살핌을 받고 있지 않다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실제로 앨리스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는 애인을 만들며 지내지 결혼을 할 생각이 없으며, 집안일은 앨리스의 담당이다. 주인공 두 인물의 개인적인 공간을 통해 캐릭터의 특징들을 잘 보여준 부분들이다.


왼) 벚꽃 풍경 오른) 바다 풍경


<하나와 앨리스>는 추운 겨울에 시작해서 여름 까지라는 계절을 품고 있다. 처음 등장하는 두 인물은 장갑을 끼고, 입에서는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상태이며, 땅은 딱딱하게 꽁꽁 얼어붙어 있는 질감을 내포하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라는 과정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와 맞물려 ‘봄’이라는 계절은 생명이 새롭게 돋아나고, 두 인물에게 새로운 일들이 생기게 될 것이라는 암시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다. 벚꽃이라는 것을 통해 봄이라는 계절을 알리고, 떨어진 벚꽃을 모아 서로 뿌리는 장난을 통해 인물 간의 친근함을 표현한다.


뜨거운 여름의 계절에 아버지와의 추억의 장소인 해변을 하나와 앨리스 그리고 미야모토까지 오게 된다. 흩날리는 벚꽃처럼 카드가 날리는 장면은 추억이 날아가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다. 아빠와 똑같은 추억이 해변이라는 곳에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과거를 회상하게 하면서 현재에 깨어져 버린 마음들을 이미지화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인물은 등장하지 않고 오직 바다와 카드의 흩날림만이 슬로 모션처럼 이미지화되어 영상이 다가와서 뭔가 쓸쓸한 감정을 보여준다.



2. 의상, 헤어, 메이크업

왼) 교복 오른) 발레복

<하나와 앨리스>에서 의상은 교복, 발레복, 기모노, 평상복 등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교복이다. 처음에는 중학생 교복이 등장하고, 다음에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해 새로운 교복으로 입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새로운 교복을 보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액션을 취한다. 그리고 다음 행동은 서로의 옷의 어울림에 대해 평가하는데 특별히 맘에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장난기 어린 말들을 주고받는다. 뒤에 배경은 꽃들이 있는 것들로 보아 봄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한나의 집 근처가 아닐까라는 추측 한다. 새로운 시작을 옷의 변화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에서 교복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발레복은 평소에 연습을 할 때 입는 옷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입게 된 복장이다. 사진 전시회를 위해 사진을 찍는 친구를 위해 이들은 발레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다. 그런 과정들 가운데 추억을 만들고 여고생 특유의 웃음소리 나 액션이 등장하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도 하고,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을 통해 우리의 소녀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노메이크업 네추럴 헤어 메이크업

<하나와 앨리스>의 헤어, 메이크업 측면에서 보면 노 메이크업, 내추럴의 콘셉트이다. 17살의 화장기 없는 아름다움 순수함을 강조하며, 앨리스는 긴 생머리로, 하나는 단발머리로 등장한다. 특별히 화장을 하거나, 염색을 하거나 펌을 했거나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가 가끔 나올 뿐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순수함을 강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이미 화장을 하고, 머리 염색에 펌은 기본이다. 감독이 두 여자아이에게 부여한 이미지는 깨끗하게 티 없는 맑음, 순수성으로 이 나이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2004년에 나온 작품인데 이미 그 시절의 시대성을 생각하면 중학교 때부터 화장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가는 과정이었고, 어릴수록 어른 같아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존재하는데 영화에 나오는 이들에게는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를 예측해 볼 수 있다.


3. 소품

<하나와 앨리스>에 소품들은 많이 등장한다. 사진, 카드, 묵국수, 만년필 등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많은 부분이 앨리스의 아빠와의 추억과 그것을 미야모토를 만나는 과정에서 다시금 회상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소품 (사진기, 사진)


가장 큰 의미를 내포하며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사진기와 사진’이다. 두 소녀는 스토커는 좋은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스토커 행동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남자들의 사진을 찍는 행위를 한다. 처음에는 둘이 찍다가 나중에는 하나 혼자서 미야모토를 찍기 시작한다. 스토커를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이 것은 미야모토가 하나의 집에 컴퓨터를 고쳐 주러 갔다가 발견하게 되고, 하나는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게 되며 앨리스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다.


발레학원에서도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친구이며, 나중에 미야모토가 앨리스를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과정에서 하나와 앨리스 사이에 틈이 생기는데 그때 앨리스가 하나를 세상으로 데리고 나와줬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는 시간이 되고, 미야모토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앨리스의 만년필, 카드

두 번째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카드’는 앨리스의 아빠와의 추억을 담고 있다.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게 된 앨리스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그리움을 가진 인물이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가 입학선물로 만년필을 주면서 ‘만년필은 가지고 있어도 잘 안 보게 되는데 우연히 발견하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라는 대사를 통해 만년필이 앨리스가 나중에 추억의 카드를 발견하게 된다고 암시적 전해준다.


그리고 해변에 가서 똑같이 카드놀이를 하고, 아빠와 했던 뽑은 카드 찾기 놀이나, 바람에 날아간 카드를 줍는 과정에서 하트 에이를 찾는 것들을 하면서 미야모토가 추억의 카드를 앨리스에게 돌려준다. 앨리스는 그 카드가 추억의 카드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눈물연기도 하지 못했던 감정 없던 소녀에서 눈물을 흘리며 성장을 한다. 앨리스는 그 카드를 미야모토에게 주면서 거짓말이긴 했지만 진짜 애인 같았다며, 아빠에게 배운 중국어 ‘워아니’를 말하며 책상 속에 깊이 넣어놓고 가끔씩 보며 자신을 생각해 달라는 말을 하며 이별을 한다.


세 번째로 '묵국수'는 어린 시절에는 못 먹었지만, 다시 만난 아빠와는 먹을 수 있게 된 앨리스의 모습을 통해 성장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억의 장소에서 미야모토를 만나서 가장 좋아하던 거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미야모토에게 묵 알레르기가 있어서 못 먹는다는 것을 통해 결국 모든 것들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폭로되는 상황이 된다. 하나와 앨리스가 함께 만들어 갔던 연극이 끝이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출처: 영화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슈운지 (2004)


https://brunch.co.kr/@roundej85/6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택시운전사> 5.18 광주에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