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인공
1903년에 인류 최초 비행기로 하늘을 날았다. 하늘을 나는 기계를 꿈꾼 라이트 형제는 꿈을 현실로 이루었다. 인간의 욕망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고, 수평적인 인간에서 수직적인 인간으로 비상한다. 비상은 일상적 경험 세계에서의 탈출을 상징하기 때문에 ‘비상’을 통해 인간은 초월과 자유를 한꺼번에 획득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일본어: 宮﨑 駿, みやざきはやお, 영어: Hayao Miyazaki, 1941년 1월 5일~)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애니메이터이다. 그에게 비행(Flying)은 미야자키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주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비행을 중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하늘을 날면서 지상의 풍경을 둘러보는 일이 어떻게 사람을 한 장소에 반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려 했다.
미야자키의 작품 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선택한 이유는 평범한 여자아이(캐릭터)가 판타지 공간(하울의 성) 속에 유입되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플롯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대중은 인물이 성공하고, 변화하는 플롯을 열망한다. 변화는 성공을 의미하며, 성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땔 수 없는 요소다. 판타지적 공간이 평범한 인물에게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건드리는 ‘성장’ 플롯을 만들어준다. 이에 캐릭터 분석과 판타지 공간분석을 통해 판타지 공간이 캐릭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다.
죠셉 캠벨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신화에 나타나는 영웅들의 궤적을 분석하고 있다. 영웅의 모험은 세계로부터 분리, 힘의 원천에 대한 통찰, 황홀한 귀향이라는 단위로 이루어진다. 보통(ordinary world)에서 특별한 세상(special world)으로의 이행은 터널이나 다리를 건너고 문지방을 넘는 행위이다.
먼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첫 장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보인다. 주인공 소피는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모자 가게에서 일하는 18세 여자로 주인공 소피는 하울을 만나면서 황야의 마녀에게 젊음을 빼앗긴다.
자존감이 낮았던 소피는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모자 가게에 주인집 딸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 스스로 갇혀 나오지 않으려는 인물처럼 매일 작업실에 나와 정해진 일을 한다. 이런 소피에게 할머니가 되는 불행이 찾아오고, 소피의 여정은 시작된다.
소피는 극의 중반에 자기 자신을 한 번도 사랑하지 못했음을 울음으로 토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통과한 이후 ‘자신’을 찾는 과정까지 가는 힘을 얻는다.
또한 ‘소피’는 남자 주인공 ‘하울’에게 구원의 여성상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아직 미성숙한 하울을 성적으로 위협하지도 않는다.
할머니라는 존재는 평생을 가사노동을 해 온 늙은 어머니이며 노련한 아내이다. 할머니는 끝없는 사랑을 주고 익숙하게 집안일을 한다.
그러니까 일상에서는 내숭 떨 필요가 없는 할머니가 필요하고(어머니는 무섭다), 사랑을 할 때는 소녀적 감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이중 잣대를 가진 ‘낮에는 정숙한 아내이고 밤에는 요부’를 원하는 남성적 욕망의 결정판이 할머니와 소녀를 한 몸에 가진 이상적인 여성 소피인 셈이다.
메를로 퐁티는 “국가와 전쟁의 주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지각의 주체가 누구인지 아는 것과 동일한 성격을 갖는다”라고 했다.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가 누구인지 주체가 누구인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알 수가 없다.
영화의 중심축은 소피의 ‘자기실현’ 과정을 그린다. 신화의 원형을 연구해 온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자기실현(selbstverwirklichung)’혹은 ‘개성화(Individuation)’는 소피라는 인물의 성장과정을 천착하는데 상당히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융은 위대한 영웅이나 성인뿐 아니라 모든 개인에게도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한 ‘자기’를 실현하는 일이 인생의 숭고한 목표임을 제시하였다.
“개성을 우리의 가장 내적이며 궁극적인 비길 데 없는 유일한 것으로 이해하는 한, 개성화란 본래의 자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성화를 ‘자기화’나 ‘자기실현’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미야자키 하야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칼 구스타브 융, 융 저작 번영위원회 역, 『인격과 전이, 융 기본 저작점 3』 솔.
김윤아 『미야자키 하야오』살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