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day: '왜 나만'에서 '오늘도 감사'로
기록은 단순히 지나간 일을 적는 행위를 넘어, 인간의 뇌와 삶의 방식에 깊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록하지 않은 삶은 흘러가지만, 기록하는 삶은 나만의 역사로 남는다. 인간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존재의 증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인간의 뇌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필요한 기억을 삭제하거나 재구성했고, 우리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사람인지 매 순간 확인받고 싶다. 그래서 기록하게 되었으며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언어로 바꾸면서 구조화되어 단순하고 명료해짐으로 기록했다. 나의 처음 기록은 그림일기였다.
일기를 쓰는 이유는 감정의 정리, 정서적 안정, 기억력, 자기 성찰, 목표와 성장 기록을 할 수 있다는데 나에게는 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했다.
의외로 타인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5년 동안의 일기를 통해 나를 알아보는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사람인지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일기장이다. 합치면 10년이 되려나. 처음 쓴 5년 일기는 질문 형식으로 이뤄진 일기장으로 매년 같은 날에 똑같은 질문하는 형식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어떤 질문은 매번 대답이 똑같았고, 어떤 질문은 매번 다른 답변이 적혔다. 신기했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 속에 나를 아는 기쁨을 누렸다.
처음이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한 권의 노트를 쓰는 것도 지속적으로 글을 써내려 간 것도 나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일기장의 마지막 질문을 기록하고 뿌듯했다. 작년부터 다시 시작하는 5년 일기는 감사 일기로 바뀌었다.
질문을 채우는 5년을 지나 두 번째 5년은 감사 일기로 채우고 있다. 형식을 바꿔본 이유는 질문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고 싶었다. 감사 일기를 쓰기 전에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고, 다른 사람들은 잘 살고 좋은 일만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럴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것도 감사하며 일기를 쓰면서 나의 삶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었다.
높았던 기준을 낮추고, 날씨가 따뜻한 날에 산책을 하면서 공원에서 봉우리를 뚫고 꽃으로 피어나는 식물의 신비를 바라보고 응원하면서 나도 힘을 받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작은 것이 나를 회복시키고, 삶을 충만하게 만든다.
오늘 날씨가 좋은 것을 감사하고, 맛있는 밥을 먹음에 감사하고, 따스한 날씨에 감사하고, 뜻밖에 걸려 온 전화에 감사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서 부정적인 마음에서 긍정적으로 바뀌는 게 보였다.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나의 삶은 충분히 괜찮을 수 있음을 알았다.
감사 일기 5년이 지나면 10년 일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때는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