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미션
이제는 하루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루를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심화편> p. 65.
당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바꾸고 싶은 것을 하나 선택하고 그에 대해 인도의 목소리를 청하고 귀를 기울여라.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받아써라. 필요한 행동에 대한 지시가 있는가?
Q.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바꾸고 싶은 것을 하나만 선택한다면?
A. 17년 된 대리석 식탁
Q. 왜 바꾸고 싶은가?
A. 오래된 데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이동이 쉽지 않아서 바꾸고 싶다.
Q. 이 물건을 왜 샀는가?
17평 신혼집에 살다가 32평 신축 아파트로 옮기면서 처음으로 사치를 한 식탁이다. 당시에는 식탁이라는 가구에 대해 무지해서 유행하는 대리석 식탁이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샀고 이왕 산 김에 큰 게 좋아서 6~7인용으로 질렀다.
Q. 이 물건과 특별한 사연은 없나?
A. 주방에 한 자리를 차지한 게 좋았다. 푹신한 의자까지 더해져서 식탁에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8명까지 커버가 가능해 손님이 와도 식탁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Q. 이 물건을 바꾸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첫째가 기어 다닐 무렵 식탁 밑으로 자주 기어들어갔다. 한참 배밀이할 때 식탁 가운데에 있는 지지석을 잡고 일어서려는 시도도 간간히 했다. 그러다 번쩍 섰는데, 식탁에 머리를 쿵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대리석 식탁은 나무와는 다르게 머리를 부딪치면 정말 아프다. 이때부터 식탁이 위험한 물건으로 인식됐다.
살면서 식탁 위치를 바꿔보는 시도를 해 봤다. 상판이 성인 둘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도대체 몇 킬로그램램인지 알 수 없었다. 아래에 있는 지지석은 둘이 들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이 힘을 모아 밀고 끄는 것만 가능했다. 겨우 자리를 마련한 뒤 다시는 옮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식탁을 폐기물 처리하기 위해 바깥으로 내놓는 건 불가능할 듯하다. 아무래도 이 식탁은 다른 집으로 이사 가는 날에나 우리와 이별을 할 듯하다.
Q. 이 물건을 어떤 물건으로 바꾸고 싶은가?
A. 나무 느낌이 살아 있고 쓱쓱 밀면 이동이 가능할 정도의 무게인 8인용 식탁.
Q. 이 물건의 장점은?
A.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대리석이어서 그런지 쓱 닦아 놓으면 새것 같아 보인다.
Q. 지금도 바꾸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는가?
A. 생각해 보니 내 하루는 이 식탁에서 시작한다. 이 식탁에서 책을 읽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책을 펼치면 책상이 되고, 밥을 놓으면 식탁이 되고, 대화를 나누면 탁자가 된다. 첫째 둘째가 어릴 때 이 식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영상을 봤다. 셋째도 그때의 첫째 둘째처럼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식탁은 항상 마무리가 안 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간식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읽던 책이 덮여 있으며, 놀다 만 장난감이 놓여 있다. 종이 뭉치와 색연필과 펜이 놓여 있기도 하다.
우리 가족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다. 첫째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 집에 왔으니 자식들보다 더 오래된 존재이다. 항상 집을 옮기고 싶어 하지만 이 집을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항상 바꾸고 싶어 하지만 바꾸지 못하고 이 식탁에서 오랫동안 생활할 듯하다.
집을 옮기는 날 이 식탁과도 이별을 할 듯. 그때까지 잘 지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