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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Feb 16. 2023

엄마를 기다려요: 푸름이의 눈물

사춘기의 시작

위로는 2살 차이가 나는 형이 있고 아래로는 9살 차이가 나는 어린 동생이 있는 푸름이.


푸름이는 아기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했다. 태어난 지 이틀째부터 배가 고프면 '쪽쪽' 소리를 내어 멀리 있는 엄마가 들을 수 있게 하였고,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안아 주지 않으면 엄마가 본인이 원하는 자세로 안아줄 때까지 계속 울었다.


세 살 때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옷만 입었다. 토마스 수영복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내복 위에 토마스 수영복을 입고 어린이집에 등원한 적도 있으며, 한여름에 부츠를 신거나 점퍼를 입고 어린이집에 가기도 했다. 초록색을 너무나 좋아해서 다른 색 옷은 모두 거부하고 한동안 초록티, 초록 바지, 초록 신발만 신고 다니던 그린보이였다.


푸름이와 같이 외출을 하면 사람들은 엄마를 유심히 쳐다봤다. 개념이 없는 엄마, 정신이 이상한(?) 엄마라고 생각한 듯했다. 사람들의 시선이야 어떻든 엄마는 푸름이가 예뻤다. 고집을 부리는 모습도 귀여웠다. 그 나이에만 부릴 수 있는 고집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엄마는 모두 허용해 주었다.


9년 가까이 막내 역할을 하던 푸름이에게 동생이 생겼다. 푸름이는 엄마 배 속에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무척 기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본인에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씩 깨닫기 시작했다.


동생이 엄마 배 속에 찾아오기 전까지 엄마는 푸름이가 잠들 때까지 목이 쉬도록 책을 읽어 줬고, 푸름이가 원하면 푸름이 침대에서 같이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가 불러올수록 엄마는 피곤해했고, 푸름이 침대에 같이 누워 책을 읽고 잠이 드는 걸 힘들어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푸름이는 적응하지 못했고 새벽에 울면서 엄마에게 오곤 했다.


그러다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혼자 잘 테니 잠자기 전에 책만이라도 읽어 달라고 했다. 반듯이 누워 있기도 힘든 엄마는 겨우 누워 책을 한두 권 읽어 주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것도 힘들어서 안 되겠다고 했다. 매일 밤 잠자리에 같이 누워서 책을 읽어 주던 엄마가 이제 책은커녕 잠자리도 지켜주지 못했다. 엄마의 빈자리는 계속 커졌고 그럴 때마다 푸름이의 상심감도 커졌을 것이다.     


초록이가 태어나자 푸름이는 초록이를 아주 예뻐했다. 그러면서 기대했을 것이다. 이제 엄마가 더 이상 피곤해하지 않을 것이며 본인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엄마는 시간이 더 없었다. 푸름이가 엄마와 있고 싶어서 방문을 열면, 엄마는 초록이 수유 중이니 나가 있으라고 하거나 재우고 있으니 밖에서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     

 

밤에 초록이를 재우러 들어가면 푸름이는 엄마가 초록이를 재우고 나와 주기를 바랐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초록이를 재우고 꼭 나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가라고 했다. 엄마는 항상 약속을 하고 갔지만 그걸 지키는 날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깜빡 잠이 든 엄마는 눈을 뜨면서 후회를 했다. 푸름이가 기다렸을 텐데... 새벽까지 기다렸을지도 모르는데...     


푸름이의 기다림은 지쳤고 엄마에 대한 원망도 커졌다. 그런 푸름이의 마음이 요즘 아슬아슬 선을 타며 표출되고 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잘해 주어야지 하는데, 엄마는 계속 시간이 없다. 


시간 탓만 하는 엄마... 정말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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