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초록이를 꼭 안아 준 뒤 남편에게 초록이를 부탁하고 나왔는데, 현관문 밖에서도 초록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야. 이럴 때는 왜 내가 회사를 다니나 고민하게 돼. 출근하는 마음이 참 좋지 않아.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초록이는 바로 울음을 그쳤고 어린이집에도 울지 않고 들어갔다고 해. 다행이지?
오늘 아빠와 A 어린이집을 한 바퀴 돌고 B 어린이집에 갔는데, 가는 길에 아무도 못 만났대. ㅜㅜ 앙 속상해... 선생님이 출근한 뒤였을까? 친구들은 등원 시간이 비슷할 텐데 아무도 못 만났다니... 근처 유치원에 입학한 친구가 없는 걸까? 많이 아쉬웠어.
근데 오늘 퇴근해서 초록이를 데리러 갔는데, 더 놀고 싶은데 엄마가 빨리 데리러 와서 못 놀았다며 나를 보자마자 우는 거야. 통합 보육반에 초록이가 좋아하는 자동차가 많이 있어서 신났었던 거지. 아침에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울었던 초록이 맞아?
다행이었어. 아직 적응 기간이어서 조금 일찍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데, 이제 적응 기간이 끝난 것 같았거든. 6시에 퇴근해서 데리고 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초록아 엄마가 다음에는 더 늦게 데리러 올까?"
"네 계속계속 놀 수 있게 늦게 데리러 와요."
이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 ㅎ
아~ 맞다!!
우리 집 큰아들 맑음이가 글쎄 부회장이 된 거 있지? 오늘 아침에 쓱 임명장을 꺼내서 보여주는데, 뭐야 뭐야 뭐야~~ 했다니까.
학교에서는 날짜보다 하루 일찍 임명장을 수여한 모양이다
부회장이 된 걸 왜 이제 알려주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예요?"라고 되묻는 거야. 회장이 된 것도 아니고 부회장이 된 것인 데다가 본인이 되려고 해서 된 게 아니고 얼떨결에 된 거라 말하기가 뭐했다고 해.
자세히 물어보니, 친구들의 추천으로 5~6 명 정도가 후보로 나왔대. 그중 한 명이 회장을 하겠다고 해서 그 친구가 회장을 하고 남은 친구들이 부회장 경쟁을 했대. 부회장 되는 게 회장 되는 것보다 더 치열했다니 재밌지? 후보를 좁혀 가며 몇 번의 투표를 했고, 결과를 확인해 보니 맑음이가 최다 득표를 하게 된 거야. 그래서 맑음이가 부회장이 된 거래.
맑음이는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했을까? 말하고 싶은 마음과 얼떨결에 된 거라 조금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은 마음이 계속 교차했겠지?
아들이 부회장이 됐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저녁엔 맑음이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었어. 밥을 먹는데 맑음이가 그러는 거야.
"부회장 된 걸로 이렇게 먹어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부회장이 됐으니 이날만큼은 맑음이가 좋아하는 걸로 먹어야지."
하고 싶은 말을 숨김없이 하는 푸름이와 항상 내부 검열을 마친 뒤 조심스럽게 말하는 맑음이. 두 형제가 참 달라.
두 형제를 대하는 나도 달라. 푸름이에게는 생각한 뒤에 말하라고 하고, 맑음이에게는 뭐든 말해 보라고 하게 돼. 그러면 푸름이는 형만 예뻐한다고 서운한 티를 내지.
푸름이는 초록이도 질투해. 엄마가 초록이 편만 든다고 말이야.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다섯 손가락의 모양과 역할이 다 다르다는 거, 그리고 새끼손가락을 제일 아프게 깨물 사람은 없다는 거 그건 모두 인정하는 부분 아닐까?
엄마가 푸름이 생각을 제일 많이 하고, 엄마 글의 대부분은 푸름이에 대한 고민, 푸름이에 대한 걱정이라는 걸 푸름이는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