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월 Mar 24. 2023

[공개 일기] 금요일: 나에게 마스크는?

아침에 신발을 신으며 잠시 고민했어. 현관 앞에 둔 마스크 상자에서 마스크를 꺼낼까? 말까? 그러다 그냥 나왔어. 마스크를 들지 않고 나온 거지. 대중교통까지 마스크 착용 권고로 바뀌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나는 여전히 마스크를 꼭꼭 쓰고 출근을 해 왔어. 그러다 오늘 한번 그냥 나와 본 거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이상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이 어색한 기분은 뭐지?

자전거를 타고 슝슝 달렸어. 이제까지는 마스크를 거쳐서 들어오던 공기가 내 얼굴에 바로 닿으니 느낌도 이상해.


그러다 내가 맨얼굴로 출근했다는 사실을 알았어. 마스크를 쓸 때는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거든. 눈만 동그랗게 보이고 내 팔자 주름과 잡티는 마스크 속에 쏙 가려지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 이제까지 답답하다고만 생각했던 마스크가 아이러니하게 나에게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주었던 셈이야.


얼굴에 로션 하나 바르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출근을 한 내 모습은 10년 이상 늙어 보였어. 정돈되지 않은 피부톤, 넓어진 모공, 생기 없는 입술이 적나라하게 보이니 말이야. 그동안 마스크의 동안 마술에 속고 있었나 봐. 이걸 깨달은 순간 갑자기 난 작아졌어. 얼굴을 당당하게 들지 못하겠는 거야.


할 수 없이 다시 마스크를 꺼냈어. 사무실 책상에도, 내 가방에도 항상 여분의 마스크가 있거든. 화장실에 가기 위해 마스크를 썼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안도를 했어. 적당히 보여지는 내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왔어.


마스크를 벗는데도 단계가 필요할 것 같아. 출근할 때부터 벗는 건 너무 과감해. 일단 사무실 복도부터 시작했다가 화장실에도 벗고 가 보고 회의실에서도 답답하면 벗어 보는 거지. 그러다 회의실에도 안 쓰고 들어가 보고 출퇴근할 때도 벗고 가 보는 그런 방식으로  천천히 마스크를 벗어야겠어.


그러려면 아침에 간단히 커버력 있는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나와야 할 거야. 마스크 의존증에서 벗어나려면 그만큼 독립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겠지.


너에게 마스크는 뭐니?

나에게 마스크는 못난 얼굴을 가려주는 고마운 물건인가 봐.

그 안에서 난 편안함을 느꼈었나 봐.

매거진의 이전글 [공개 일기] 목요일: 냉장고를 채워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